글로벌 인재 영입 사활 벡터연구소… 캐나다 ‘AI 강국’ 두각

입력 2024-10-21 02:04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에 문을 연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위쪽)과 캐나다 토론토의 AI 클러스터 벡터연구소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에 2028년까지 총 450억원을 투입해 국내 연구진이 뉴욕대와 공동 연구에 참여하도록 지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토론토=심희정 기자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힌턴 교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한 인공지능(AI) 석학으로 꼽힌다. 캐나다는 AI 기술 개발과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 인재들이 모이는 AI 강국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의 3대 인공지능 클러스터 중 하나이자 힌턴 교수가 공동설립한 토론토 벡터연구소를 지난 4일(현지시간) 방문했다. 캐나다는 2017년 ‘범캐나다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한 이후 토론토, 에드먼턴, 몬트리올에 연구소를 설립해 비영리 독립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벡터연구소는 지난 2월 토론토대 건물로 이전해 학교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AI 연구·개발(R&D)에 보다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도 벡터연구소가 입주해 있는 건물에서는 해커톤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벡터연구소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이 진행하는 AI 연구를 지원한다. 학생들을 초대해서 취업 박람회를 열거나, 박사급 인력들과 함께 AI 커리큘럼을 만들어 운영하는 식이다. 일회성 취업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캐나다에 이주해 살 수 있도록 장학금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멜리사 주드 벡터연구소 부사장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 인재들이 현장에서 연구하도록 장학금을 주고, 인턴십도 연결해주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체 기술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하고, 공부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연구 인력이 캐나다를 떠나지 않고 상주해 AI 기술과 연관된 일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진의 국적이 다양할수록 연구 시너지는 더욱 커진다. 로저 그로스 토론토대 교수는 “한국 학생들도 참여해 AI 보안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AI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자주 생기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떻게 AI를 훈련시키고 제재할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스칼 푸파르 워털루대 교수는 “연구자가 혼자 연구한다면 알 수 없는 문제들이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과 힘을 모으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한다”며 “AI 분야는 특히 연구진 간 교류가 활발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벡터연구소 같은 연구 거점을 마련하는 데 나섰다.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에 문을 연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450억원을 투입해 현물 자원과 인력, 인프라를 지원한다.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이진석 경희대 교수는 의료 AI 분야에서 뉴욕대 연구진과 협력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이전에도 해외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물리적 거리 때문에 온라인으로 협력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AI 프론티어랩이 생기면서 해외에서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교수와 학생들도 파견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실질적인 공동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지 연구의 장점으로 해외 대학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 쉽게 접근해 연구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내년부터 교수와 대학원생 10명 정도를 AI 프론티어랩에 파견할 계획”이라며 “공동연구라는 취지에 맞게 내실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토=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