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래도 국가대표 트레이너인데… 장애인팀 소속, 최저임금도 못받아

입력 2024-10-21 01:33
2024 파리패럴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지난달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레이너 박모(32)씨는 2024 파리패럴림픽을 앞둔 지난 7월 장애인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라는 동경을 품고 뛰어든 일이었다. 정규 훈련 시간을 3~4시간씩 넘겨 퇴근하는 경우도 잦았지만 별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파리패럴림픽 선수단은 금메달 6개를 따내며 선전했다. 그러나 박씨는 3개월 만에 이직을 고려하는 처지다. 일급 10만원으로 감당하기엔 생계의 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대표팀 캠프가 소집되지 않은 날엔 이마저도 받지 못했다. 노인용 복지용구 배달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야 저축도 하고 아이도 낳지 않겠느냐”며 “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면 월 300만원은 벌 텐데 아직 꿈을 못 놓고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대한장애인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애인체육회 종목별 국가대표 트레이너의 급여는 월 175만원 수준이다. 연평균 훈련일수 210일에 일급 10만원을 곱한 다음 12개월로 나눈 수치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 9860원으로 계산한 월급 206만원에도 못 미친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월급제를 적용받는 비장애인 체육 쪽과는 차이가 현격하다. 대한체육회 종목별 국가대표 트레이너는 올해 기준 월 305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퇴직적립금과 4대 보험 등을 포함하면 실제 격차는 더 크다. 장애인체육회도 2021년부터 국가대표 감독·코치 급여를 월급제로 전환했으나 트레이너는 여기서 빠졌다.

낮은 급여 수준은 중장기적으로 훈련의 질과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실제 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를 둔 21개 종목 중 10개 종목에서 장애인을 지도한 적 없는 트레이너가 채용된 실정이다. 올해 들어서만 5개 종목에서 트레이너가 훈련 도중 이직했다. 양 의원은 “같은 국가대표 트레이너임에도 급여에 차이가 나는 것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