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장비 받으며 “나오라 야” 北 말투… 한글로 군복 치수 설문도

입력 2024-10-21 00:11
연합뉴스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 연해주에 위치한 군사시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을 위해 준비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개된 자료를 종합하면 북한군 병사들은 연해주에서 전투 장비와 보급품을 수령하고 군사훈련을 마친 뒤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19일(현지시간) 엑스에 28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40~50명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군 병사로부터 물품을 전달받아 더블백 안에 넣는 장면이 담겼다. 북한식 말투로 “거기 넘어가지 말거라” “바싹 따라붙으라” “나오라 야, 거 나오라는데…” 등 병사들에게 지시하는 음성도 확인됐다.

SPRAVDI는 이 동영상이 러시아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촬영됐으며 러시아 군복을 입은 북한군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을 인용 보도한 외신들은 영상의 사실 여부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SPRAVDI는 AP통신에 “자체 소식통에게서 영상을 입수했다”며 “보안 때문에 추가 검증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이 모자·군복 지급을 위해 북한군 병사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설문지. CNN이 설문지 사본을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입수해 19일 공개했다. ‘러시아씩, 조선씩’에서 씩은 ‘식’의 오기로 보인다.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북한군 병사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설문지도 발견됐다. CNN이 SPRAVDI로부터 받은 문서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제목이 달렸다. 제목 바로 아래에는 같은 뜻의 러시아어 문장이 병기됐다. 문서 본문에는 치수에 맞는 군모와 군복을 받을 수 있도록 머리둘레와 가슴둘레, 신장을 기입할 수 있는 표가 그려져 있다.

친러시아군 텔레그램 계정 파라팩스(ParaPax)는 방탄헬멧과 소총, 배낭을 갖춘 병사들이 장애물과 철조망이 설치된 공터에서 열을 맞춰 이동하는 49초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파라팩스는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훈련받는 영상”이라며 “장소는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라고 밝혔다. 영상을 촬영한 군인은 러시아군 동부군관구 소속으로 추정된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군 파병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북한군 파병) 보도를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 밝혔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도 “보도가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위험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