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내년 C형간염 첫 국가검진… 환자 연 1000명 조기발견 기대

입력 2024-10-22 04:11
게티이미지뱅크

내년 1월 1일부터 만 56세 대상(2025년 기준 1969년생)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항체검사가 도입된다. 해당 인구 80만명 중 수검률 74.2%를 고려할 경우 59만명 정도가 C형간염 검사를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000명의 신규 환자가 조기 발견될 것이라고 학계는 예상한다.

하지만 선행 연구나 조사에서 C형간염을 진단받더라도 10명 중 3~4명은 무증상,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치료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은 예방백신은 없지만 최신 경구용(먹는) 항바이러스제를 8~12주간 복용하면 98% 이상 완치할 수 있다. 반면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만성 간염으로 진행돼 간경변증,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국가검진을 통한 C형간염의 진단과 동시에 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고 독려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간암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많은 40·50대 암 사망 원인 1위로, B형간염이 원인 질환의 61%, C형간염이 15%를 차지한다. B형간염은 만 40세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관리 중이나 C형간염 검진 체계는 그동안 부재했다. 대한간학회 등이 그간 여러 차례 C형간염 국가검진의 비용 효과성 분석 연구를 진행해 왔고 지난 7월 보건복지부 국가건강검진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끌어냈다.

진단 만큼 중요한 치료


관건은 진단 즉시 치료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인 김인희 전북대의대 교수는 최근 열린 ‘간의 날(10월 20일)’ 토론회에서 “C형간염은 조기 발견도 중요하지만 대부분(70~80%) 증상이 없어서 치료를 간과하기 쉽다”며 “중증 간 질환으로 진행을 막기 위해 C형간염 진단을 받으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지난해 진행된 연구를 보면 C형간염 환자의 치료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2018~2022년 자료 분석에서 C형간염 확진자로 신고된 이들의 치료율은 56.8%였다. 환자 10명 중 4명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7년 전수 감시가 시작된 후 지난해까지 신고된 C형간염 확진자는 6만4540명으로, 치료율을 고려할 경우 미치료자는 2만7882명으로 추산됐다. 미진단자 등 잠재적 환자까지 포함하면 ‘치료 밖 사각지대’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학회는 국내 전체 C형간염 환자를 약 9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C형간염 신규 발생자는 7249명이다.

학회는 지난 7~9월 전북도 보건소와 함께 국가검진 도입에 맞춰 C형간염 치료율 향상을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도내에서 C형간염을 확진 받은 311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화 설문 및 교육 자료 문자 메시지 전송 등을 진행했다.

전화 설문에 응한 208명의 71.2%(148명)는 진단 후 치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나머지 30% 가까이는 치료받지 않은 것이다. 치료받은 148명 중 78.4%(116명)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았고 14.9%(22명)는 치료받았으나 치료 종류를 알지 못했다. 또 6.8%(10명)는 간 보호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항바이러스제 치료받은 이들 중 치료 실패나 재발했다는 응답은 2.6%(3명)에 그쳤다.

미치료자(60명)와 항바이러스제 외 치료자(32명)의 사유를 물은 결과(중복 응답) ‘증상이 없어서’가 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약제비 부담’(22.8%) ‘치료 필요 모름’(20.7%) ‘동반 질환’(19.6%) ‘완치 불가로 알고 있음’(13.0%) 등 순으로 답했다.

김 교수는 “확진 후 치료받지 않은 이유를 보면 질병 및 치료에 대한 인식 부족이 58.7%, 약제 비용 부담이나 병원 방문 어려움, 병원 안내 부족 등 의료 접근성 제약이 30.4%였다”면서 “향후 C형간염 항체 양성자에 대한 확진 검사 연계와 함께 확진자의 치료 연계 활성화를 위해 검진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형간염 항체 검사는 선별 검진(screening test)으로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도 ‘C형간염 환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별도 확진검사(HCV RNA)가 필요하다.

확진검사·치료 연계 활성화 필요

학회는 C형간염 항체 양성자의 확진 검사 비용 지원, 검진 기관의 의료인용 C형간염 진료 지침서·환자 안내 교육 자료 보급, 검진 기관이나 보건소 등을 통한 검진 후 확진 검사 및 치료 여부 모니터링이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고가의 치료 비용에 대해 소득 수준에 따른 약제비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C형간염은 8~12주의 짧은 치료로 완치할 수 있지만 단기간에 지출해야 하는 약값이 비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더라도 환자가 약 3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아울러 주사용 마약 사용자, 교정시설 수용자, 북한 이탈 주민 등 고위험 특수집단에 대한 맞춤형 검진 및 관리 체계의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2022~23년 C형간염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에 따르면 주사용 마약 사용자의 항체 양성률은 33%로, 일반인 대비 약 47배 높다. 북한 이탈 주민의 C형간염 항체 양성률은 4.7%로 역시 일반인보다 6.7배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2015년 대비 발생률 80%, 사망률 65%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인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2017년 당시에는 2030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19년 추가 분석에서 퇴치 예상 시점이 2040년쯤으로 늦춰진 상황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