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병 파장 확산에도 도발 이어가는 北… 자충수 될 것

입력 2024-10-21 00:33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위성이 촬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증거 사진을 18일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12일 북한 병력 수송 목적 러시아 함정 활동. 국가정보원 제공

북한이 러시아에 특수부대를 파병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세계적 긴장 조성의 원인이 되고 있는 파병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 없이 국제사회를 비난하고 대남 도발을 이어가는 등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행위들이 국제사회의 한층 더 강화된 제재를 자초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북한 병력을 러시아 함정이 이송하는 움직임을 포착한 위성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북한군이 러시아 훈련장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북한 억양으로 “넘어가지 말아라” “나오라 야” 같은 음성도 담겨 있었다. CNN은 러시아가 북한군에게 모자와 군복, 군화 등의 지급을 안내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파병은 스스로 국제법상 전범 대열에 합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유엔총회는 압도적 찬성으로 러시아의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철군을 결의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전쟁 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그러나 북한은 파병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국제사회와 우리나라를 향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미·일 등 11개국이 새롭게 출범시킨 새 대북제재 감시체제인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에 대해 비판하는 담화를 20일 발표했고, 이날 새벽까지 대남 쓰레기 풍선 20여개를 또 부양시키기도 했다.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긴장 조성 행위를 멈추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전면 배격한다”며 비난했다.

대규모 파병이 북한 입장에서 큰 도박이라는 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잘 알 것이다. 당장 중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해 북·중 관계도 애매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정부는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의 외교·군사적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해 북한이 파병을 통해 아무런 실익을 얻을 수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파병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음을 깨닫는 자충수가 되도록 공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