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살 빼는 약’ 위고비 열풍 과열… “보조적 사용에 그쳐야”

입력 2024-10-22 04:01
‘살 빼는 약’으로 알려진 위고비는 인슐린 주사처럼 스스로 주입해 사용한다. 고도 비만이나 비만에 해당되고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을 한 가지 이상 갖고 있어야 처방받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약보다 효과 월등하지만
‘꿈의 비만약’ 정도는 되지 못해
구토·설사·변비 등 부작용도
급성 췌장염 겪은 환자들 주의”

‘살 빼는 약’으로 유명세를 탄 위고비가 국내 상륙하자마자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비만 치료 병·의원, 약국 등에는 위고비 처방이나 제품 구매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SNS에는 위고비를 통한 다이어트 관련 글들이 넘쳐난다. 일부 네티즌은 “웃돈을 얹어주겠다”며 불법 거래를 암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고비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성인용 전문의약품으로, 고도비만이나 비만에 해당하고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환을 한 개 이상 동반하고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국내 비만 치료 권위자인 오상우(사진)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1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위고비의 오남용 가능성이 아주 커 보인다”며 “기존 약보다 효과가 월등히 좋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꿈의 비만약, 기적의 치료제라고 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비만은 약에만 의존해 해결할 순 없다. 운동, 식사 조절 등 생활습관 교정을 중심으로 하고 약물은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큰데.

“요 며칠 새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냐는 환자들 문의가 많다. 아직 병원에 들어오기 전인데도 위고비를 처방받겠다고 온 환자가 여럿 있었다. 이전에 비슷한 계통의 비만약 삭센다가 나왔을 때 첫 반응은 미지근했는데, 이번엔 반대로 아주 뜨겁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해외 유명인들의 영향이 크게 미쳤다고 본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나 모델 킴 카다시안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체중 감량 효과 언급 이후 위고비의 글로벌 판매량과 해당 제약사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위고비 하면 무슨 약인지 모르다가 머스크가 맞은 약이라고 설명하면 다들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기전의 약인가.

“장에서 나오는 호르몬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을 기반으로 만든 약이다. 췌장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를 돕고, 인슐린과 반대 역할을 하는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고려됐다. 추가적인 역할도 밝혀졌는데, 바로 장운동을 억제해 포만감을 쉽게 유발하고 뇌에 가서 식욕을 억제해 비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에서 68주 투여 시 평균 14.8% 감량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누가 처방받을 수 있고 사용 방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 고도비만이거나 27 이상 비만이면서 당뇨병(전 단계 포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수면무호흡증 심혈관질환 등을 가진 경우다. 1주일에 한 번 본인이 스스로 피하 주사하는 방식이다. 인슐린 주사 방법과 비슷하다. 한 번에 다 맞으면 위장관 증상 등 부작용으로 고생할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양을 늘린다. 첫 4주간은 1주일에 한 번씩 0.25㎎, 이후 4주 간격으로 0.5㎎, 1㎎, 1.7㎎으로 단계적으로 용량을 올리다가 17주 차부터 유지 용량으로 2.4㎎을 맞는다.”

-주의할 부작용은.

“부작용 대부분은 위장관 계통이다. 구토 설사 변비 오심 복통이 주 증상이고 두통과 피로감도 흔히 나타난다. 대개 초반에 증상이 있다가 사라진다. 주사 부위 피부 증상, 모발 손실이 가볍게 일어날 수 있다. 2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나 인슐린 분비 촉진제(설포닐우레아)를 사용하는 경우 저혈당 위험을 높이므로 처방 의사에게 복용 약물 목록을 꼭 보여줘야 한다. 당뇨망막증이 있는 경우에도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급성 췌장염, 담석증과 담낭염의 발생 위험이 있다.”

오 교수는 “술은 특별한 금기 사항은 아니나, 비만 자체를 조절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다이어트 과정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GLP-1 계통 약들이 급성 췌장염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 특히 술로 인해 급성 췌장염을 경험한 사람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장폐색, 위 무력증, 눈 뇌졸중 등 새로운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직은 임상 경험이 더 쌓여야 결론 내릴 수 있는 사안이다. 흔하지 않은 질병에 대해선 좀 더 많은 사람 대상으로 오랜 기간 사용해봐야 위험도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임상시험 결과로는 이런 위험을 높인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비급여라 가격 부담이 있는데.

“한 달 비용이 미국은 180만원, 덴마크는 49만원, 독일은 약 45만원, 일본은 39만원(보험 적용)으로 알고 있다. 국내는 병원 공급가가 한 달 치(주사 펜 1개당) 37만2025원으로 결정됐다. 한국의 경우 많은 매체에서 80만원대를 예상하는데, 병·의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내 경험상으론 보험 미적용일 경우 50만원대에 안착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다이어트 열풍으로 오남용이 우려된다.

“오남용 가능성이 아주 커 보인다. 의사들 입장에선 환자가 원하는데 매정하게 끊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관련 학회의 진료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지만, 비만 분야에선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흔한 게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이 약이 금방 동이 나 정말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들이 처방받을 기회를 잃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작년 말 삭센다가 물량 부족으로 큰 혼란을 빚은 적 있다.”

-약에만 의존한 살 빼기의 문제점은.

“비만은 운동·식사 요법 등 생활습관 교정이 주가 돼야 한다. 약은 보조 요법이다. 약으로만 살을 뺄 경우 주사 맞을 때만 효과가 있고 약을 끊으면 금방 다시 찌는 요요 현상을 겪고 점점 더 체중 감량이 힘들어지는 몸으로 변하게 된다. 사실 위고비의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의 상당수는 운동과 식사 요법으로 충분히 목표 체중에 도달할 수 있다. 먼저 운동·식사 요법에 집중하고 정 안 되는 경우에 이 약의 사용을 고려하는 것이 비용 효과 면에서 여러 이점이다.”

-해외 직구 등을 통한 불법 매매도 걱정된다.

“특히 비만약의 경우 SNS와 해외 직구를 통한 불법 매매가 기승을 부린다. 위고비도 예외가 아닐 거로 보인다. 문제는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구입한 소비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실제 외래 진료나 SNS에서 접하는 분들을 통해 피해 사례를 적지 않게 보고 있다. 식약처 등이 단속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런 광고나 불법 매매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