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사진)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삼성 위기론’과 관련해 “삼성이 앞서 있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을 발판으로 지능형반도체(PIM) 등에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생태계와의 협업을 이어가면 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브레이크스루(돌파구)가 언젠가 찾아올 것”이라며 이러한 견해를 밝혔다.
박 수석은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 대한 (삼성의) 판단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다시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메모리반도체, PIM,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상대적으로 앞선 삼성의 강점을 토대로 국내 팹리스와의 협업을 이어가면 반드시 재도약 시점이 찾아올 것이란 진단이다. 박 수석은 “따라서 섣불리 파운드리 사업을 정리하기보다는 기술력과 내공을 기르면서 국내 팹리스들과의 공동 도약 전략을 가져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삼성 위기론이 실재하는 것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만일 위기가 있다면 비단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과학기술계와 산업계 전반에 차세대 성장동력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당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러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AI, 첨단 바이오, 퀀텀 등 ‘3대 게임 체인저’를 들어 왔다. 이 중에서도 AI는 산업 전반에 막대한 전후방 효과를 주는 것으로, 세계 각국은 문명사적 전환에 대비해 미래 AI 반도체 시장에서 사활을 거는 실정이라고 정부는 강조해 왔다.
박 수석은 “삼성은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더욱 큰 관심과 요구를 받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그러한 지적에도 공감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삼성의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과 경제를 뒷받침하는 ‘효자’로 불려 왔지만, 이러한 국민적 인식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박 수석은 AI·바이오 시대에 삼성이 곧 권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좀 더 과감한 선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