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이웃·다음세대를 주님 섬기듯 섬기는 이 교회

입력 2024-10-21 03:07
이성준 수정성결교회 목사가 지난 15일 인천 서구 수정성결교회에서 목회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인천 서구 수정성결교회의 목양실 문은 빨간 창틀이 인상적인 폴딩 도어(접이식 문)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 문을 목양실에 설치하자고 제안한 사람은 이 교회 2대 담임인 이성준(56) 목사다. “주일날 목양실 앞을 지나는 성도들과 소통하기 위해” 제시한 아이디어다. 교회 내 각종 문에도 작은 창문을 달아 성도 간 투명한 소통을 도모했다. 1대 조일래 원로목사에 이어 ‘이웃에 복음을, 농어촌에 선교비를, 전 세계에 선교사를’이란 슬로건 아래 국내외 선교에 앞장서는 동시에 교회 내 수평적 문화 조성에 힘쓰는 이 목사를 지난 15일 교회에서 만났다.

선교비는 모자라면 안 된다

1977년 조 원로목사가 개척한 교회는 재정 형편이 어렵던 미자립교회 시절부터 농어촌교회에 선교비를 보내는 ‘선교 최우선 원칙’을 고수해왔다. 국내외에 설립된 교회와 필리핀 선교센터 10여 곳, 다수의 현지 목회자 배출이 그 결실이다. 2017년 교회에 부임한 그 역시 이를 그대로 계승해 교회는 매달 경상비의 절반 가까이 선교비로 지출한다. 국내외 선교 현장을 찾아 도움의 손길을 전하는 직접적 선교 비중도 점차 늘리는 추세다. 최근엔 선교비 지원 대상에 수도권 내 미자립 교회도 추가했다. 지방 소멸 문제로 농어촌 교회 수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수도권 작은 교회의 어려움도 점차 가중돼서다.

2010년 교회가 설립한 기독 대안교육기관인 수정비전학교는 다음세대 교육 선교의 일환이다. 기독교적 가치관과 인성 교육에 초점을 맞춰 영어·한국어 이중 언어로 교육하는 이 학교엔 현재 1~9학년 학생 135명이 재학 중이다. 이 목사는 “중등 과정에선 비전트립 등으로 해외 경험을 쌓도록 지도한다”며 “졸업 후 미국 고등학교나 과학고·외국어고, 일반학교로 진학한 학생도 적잖다”고 소개했다.

다음세대·이웃을 주님 섬기듯

그는 교회 부임 이듬해 교회 리모델링을 제안했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목소리를 내기 정말 조심스럽던” 시절임에도 목소리를 낸 건 예배 공간에 비해 성도가 모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이중 가장 절실한 건 교회학교 학생이 맘껏 뛰놀 공간이었다.

‘다음세대가 활개 치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성도들과 뜻을 모은 이 목사는 2019년부터 2년여간 청소년·성인부서 공간 리모델링을 시도했다. 그를 비롯한 인테리어 경험이 있는 장년 성도들도 직접 팔을 걷고 공사에 참여했다.

리모델링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왔다. 방역 당국에서 집합 금지 명령이 떨어지면서 교회 구성원이 정성껏 꾸민 공간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이때 교회 장로들이 “유아·유치부가 사용하는 1층 리모델링 공사를 아직 못했는데 지금 깨끗이 수리하자”고 의견을 냈다. 그는 “다음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시작한 일에 장로님들이 힘을 실어주셔서 참 감사했다”며 “가장 어린 성도들이 쓸 공간 역시 구성원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무빙월(moving wall) 등을 활용해 빛과 바람이 잘 통하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을 마친 후 교회 잔디밭을 캠핑장처럼 꾸미는 등 부모와 자녀 세대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풋살장도 개방해 다음세대가 교회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도록 돕는다. 이 목사는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최고의 추억을 선물하려고 노력한다. 저 역시 어릴 때 교회에서 즐겁게 놀았던 지금도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에서 캠핑을 경험한 뒤로 주일마다 ‘얼른 교회 가자’며 부모를 조르는 아이도 있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교회 리모델링으로 얻은 소득은 또 있다. 공사에 동참하며 건축 일에 자신감이 붙은 성도들이 인근 작은 교회 수리를 돕는 봉사에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그가 작명한 모임 이름은 ‘주섬주섬선교회’. 주섬주섬은 ‘주님을 섬기듯 주위를 섬기라’의 약어다. 페인트칠부터 바닥재와 벽지, 조명 및 전기 공사와 기초 인테리어 기술까지 현장에서 익힌 성도들은 회비를 모아 공사비를 마련해 지금껏 작은 교회 보수 공사에 힘쓰고 있다. 주말을 틈틈이 활용해 이들이 수리하는 교회는 한 해에 대여섯 개 교회다. 공사 비용이 회비보다 더 많이 들어가면 교회가 이를 지원하기도 한다.

3040 목회자 역량 강화 돕고파

중학생 때 목회자가 되기로 한 이 목사는 서강대 철학과를 거쳐 서울신학대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재학 당시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신촌지구 총순장 등을 맡으며 학원 선교에 적극 나선 그는 문화사역단체 ‘낮은 울타리’ 대표 간사와 대전 성산성결교회 목사 등을 역임하고 지금의 교회에 부임했다. 현재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류승동 목사) 교육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인 이 목사는 “앞으로 다음세대와 노년 세대 목회뿐 아니라 3040 후배 목회자의 성장을 돕는 데도 힘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과 고령화, 세대·좌우 갈등, 차세대 교회 이탈 등 파고가 높은 시대다. 우리 세대의 헌신과 눈물이 한국교회의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란 생각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향후 목회 지도력 관련 책을 펴내 10여년 뒤 한국교회를 이끌 후배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인천=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