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주민 아이 양육 도우려 응급돌봄센터 만들었죠”

입력 2024-10-21 03:08
이상문 두란노교회 목사가 지난 17일 경기도 김포 교회에서 다음세대를 위한 교회의 새로운 프로그램인 ‘응급돌봄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포=신석현 포토그래퍼

두란노교회(이상문 목사)는 다음세대 부흥에 초점을 맞춘 교회다. 서울 강서구에 이어 2019년 경기도 김포에 성전을 세웠는데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느라 대예배당 면적을 줄일 정도였다. 지난 17일 김포 성전에서 만난 이상문 목사는 “주민들이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응급돌봄센터’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사역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목회자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머니가 7남매 중 넷째였던 나를 목회자로 키우겠다고 서원하셨다. 얼마나 세뇌를 당했던지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내라고 하면 1~3순위 모두 목사라고 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3순위는 슬쩍 축구선수라고 쓰고 또 얼마 뒤에는 2순위까지 코미디언이라고 쓰고 그랬다.

교회는 빠지지 않고 다녔는데 진심으로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 시험을 보는데 꼼짝없이 목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그래선 안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답을 다 밀려 썼다. 그 후로는 공사현장과 주유소에서 일하며 살았다.

6년 동안 방황하던 중 세상을 등질 생각도 했었지만 교회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은 살아계신다’고 하셨던 말씀이 잊히지 않았다. 집에서 기도하다가 성령세례를 받았고 파주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에서 하나님께 매달렸다.

어느 날 동네 선배가 찾아왔다. ‘하나님이 너에게 이걸 가져다주라고 하더라’ 해서 봤더니 성결대 원서였다. 나는 감리교회를 다녀서 성결대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어느 학교 교문과 세 번째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는 환상을 보여주셨다. 선배가 준 원서를 들고 성결대에 갔더니 꿈에서 본 그 교문이었고 내가 세 번째 원서 등록자였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많은 일을 경험했을 것 같다.

“신대원 졸업 후 부교역자 시절 여러 교회에서 부흥을 경험했다. 20여명이었던 교회학교를 200명 넘게 부흥시키기도 하고 어린이 새벽기도도 처음 시도했다. 그러던 중 1995년 서울 강서구에 교회를 개척했다.

당시 신혼이었는데 신혼여행도 기도원으로 갈 정도로 뜨거웠다. 그런데 교회에 성도들이 오지 않았고 하나님께 버림받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지하실에 내려가 기도를 시작했다. 그때 하나님께서 창세기 8장 1절 말씀을 주셨다. 하나님은 노아가 방주에 들어간 후 홍수가 끝나도 한참 뒤에서야 응답하셨는데 그때도 하나님은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셨다’는 내용이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동안 네가 부흥한 게 네가 잘나서가 아니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알라’고 하셨다. 그 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365 철야기도를 18년 동안 했다. 기도회가 소문이 나서 답답한 속마음을 가진 성도들이 많이 왔다. 당시 장의자마다 두루마리 휴지를 필수로 놔뒀을 정도로 기도회 때마다 회개와 간구의 눈물이 많이 나왔다. 강단에 있던 강대상도 내가 얼마나 많이 내리쳤던지 나무 여기저기가 터져 땜빵이 생길 정도였다.”

-개척 24년 만에 김포에 새 성전을 지었는데.

“강서구에 예배당을 지으면서 교회학교에 투자를 많이 했다. 교회학교는 예산 편성을 따로 하지 않았다. 교회학교에서 요청하면 뭐든지 100% 다 지원했다. 또 선교원도 만들어서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기독교적 가치관을 심어주려 했다.

내가 교회학교 선생님 덕분에 ‘돌탕’(돌아온 탕자)이 되지 않았나. 어릴 때 잘 다진 신앙은 인생의 위기 때 빛을 발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교회학교 출석 인원이 300명이 넘었는데 어느 날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인근 김포로 이사를 많이 간 것이었다.

성도들을 위해 김포에 새 예배당을 지었다. 교회 옆에 어린이공원도 있고 아이들이 찾아오기 편한 위치다. 또 교회학교 공간을 위해 대예배당 규모를 줄였다. 주일 예배 횟수를 한 번 더 늘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어린이들을 위한 새벽기도’와 가족과 함께하는 ‘새벽을 여는 시간’ 등 다음세대 영성을 위한 사역을 많이 하고 있다.”

-어린이 돌봄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소개한다면.

“최근 시도한 게 ‘응급돌봄센터’다. 부모가 평일에 갑자기 병원을 간다든지 회사에 일이 생기면 아이를 맡길 데가 없지 않나. 그럴 때 교회에 신청하면 여유 시간이 있는 성도들이 교회에 와서 아이를 돌봐주는 거다.

낳는 것은 부모가 해도 돌보는 것은 교회가 같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시작단계라 우리 교회 성도들만 이용하는데 적응이 되면 지역주민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또 나중에는 어린이뿐 아니라 돌볼 사람이 없는 어르신들도 교회가 돌봐주는 게 목표다. 목회자들이 모이면 우리가 은퇴할 때쯤 교회가 남아있을지 걱정을 많이 한다. 교회가 건물을 남기지 않고 사람을 남기려면 다음세대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일을 교회가 맡아서 저출생 시대 교회의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김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