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의 1만명 러 파병은 세계 전쟁 도발 행위

입력 2024-10-19 00:30 수정 2024-10-21 06:22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 연병장 내에 북한군 인원으로 추정되는 400여명이 운집해 있는 사진. 국가정보원 제공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어제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약 1만 명의 병력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보 당국의 첩보 단계에 있다는 설명이지만, 지난 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인근에서 북한 장교 6명이 사망했다는 발표와 더불어 그간 꾸준히 제기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을 한층 더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북한이 러시아에 전쟁 무기를 제공한 데 이어 1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파견한다면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총회에서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된 사건이다.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아동과 부녀자 등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북한이 이러한 전범국가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다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에 가담하는 위험천만한 도발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최근 남북 간, 북·러 간의 상황 전개로 보건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그 위협의 중심에 올 6월 체결돼 현재 러시아 의회에서 비준 절차를 진행 중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자리 잡고 있다. ‘전쟁 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는 조항은 냉전 시대의 동맹 관계를 복원하는 것으로, 북한의 러시아 전쟁 원조는 물론 한반도 위기 시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보장한다. 최근 북한이 남북 연결 도로와 철도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도 이 조약의 비준 상황과 맞닿아 있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대응은 명확하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확장 억제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 북한이 북·러 조약을 무기로 핵·미사일 위기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며 동북아 주변의 핵질서까지 흔들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 북한이 파병을 통해 군사적 실익을 얻을 수 없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 최근 출범한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협력해 북·러 간 불법적인 군사 교류를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