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 ‘4시간’ 마라톤 브리핑… 늦춰진 결론에 ‘만시지탄’ 지적도

입력 2024-10-18 00:17

검찰은 17일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언론 브리핑을 열고 “직접 증거가 없고 반대 증거만 있는 게 수사 결과”라며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분 근거를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역대 최장 시간 수사 결과 브리핑이라는 말이 나왔다. 정권교체기를 거치며 4년6개월 만에 내려진 결론을 놓고 ‘만시지탄’ 지적도 제기됐다.

검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치권의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 “나중에 기록이 다 공개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모자람이 없도록 열심히 수사했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주가조작 일당이 김 여사 관여 여부에 대해 말을 바꿀 가능성’을 묻자 “누군가 말을 바꾼다면 그때 가서 진실을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검찰은 “한국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2009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김 여사가 얻은 매매차익은 약 14억원, 최씨는 9억원으로 집계된다”면서도 “주가 변동 전체가 시세조종 행위 때문이란 증거가 없어 범죄수익 산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이른바 ‘BP(블랙펄)패밀리’에 대해 검찰은 “거론된 이들에게 확인했지만 의미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2차 주포 김모씨는 2021년 10월 검찰조사에서 김 여사,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BP패밀리’로 지목하며 “한배를 탔다는 의미”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수사 장기화 논란에는 “김 여사 대면조사 필요성이 있었으나 정치적 상황으로 미뤄져 처분도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여사 휴대전화와 사무실 등에 대해 2020년 11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전부 기각됐다고 한다.

수사팀은 지난 1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대신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들로 구성된 ‘레드팀 회의’를 열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증거관계가 복잡한 사건을 수심위에 상정하는 건 책임 미루기”라고 했다. 하지만 레드팀 소집은 ‘요식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보통 어떤 회의든 수사 종결 바로 직전 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 측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을 고발하면서 사건화됐다.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 대통령(당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박탈해 이른바 ‘추·윤 갈등’이 격화했다. 한 간부급 검사는 “결론을 떠나 처분까지 4년 넘게 걸렸다는 건 만시지탄”이라고 했다. 또 다른 간부는 “검찰 폐지 명분을 검찰 스스로 제공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