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용산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8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집 부엌과 방 곳곳에는 빈 술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A씨는 지병에 음주 등이 더해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숨진 지 한 달가량 지난 뒤에야 A씨 자녀가 찾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자녀 간 연락은 1년에 한두 차례에 그쳤다. A씨는 이웃과의 왕래도 없었다고 한다. 황기용 특수청소전문업체 ‘소금’ 대표는 “고독사는 여름철 부패하는 냄새가 퍼진 뒤에야 뒤늦게 신고가 들어가 발견된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17일 발표한 ‘2023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A씨 같은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되는 고독사가 최근 5년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 사망자는 2022년 3559명에서 2023년 3661명으로 2.9% 증가했다. 고독사 실태조사는 2022년 첫 조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고독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늘었다. 정부가 고독사 인정 범위를 넓힌 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노정훈 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1인 가구에서 사망한 것을 기준으로 봤던 2022년과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1인 가구가 아니어도 주변과 단절된 경우로 넓게 고독사를 규정하면서 규모 자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사망자는 2020년 1.08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1.04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고독사 사망자는 중장년층에 집중됐다. 지난해 나이를 알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한 고독사 사망자 3628명 중 60대(1146명)와 50대(1097명)가 61.8%를 차지했다. 40대 502명(13.8%), 70대 470명(13%)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고독사 자살 사망자는 516명이었다. 자살로 인한 사망 비중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았다. 20대 고독사 사망자의 59.5%(25명)가 자살 사망자였다. 30대에선 43.4%(72명), 40대에선 25.7%(129명)로 나타났다.
성별을 보면 고독사 사망은 남성이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지난해 기준 성별 미상자(29명)를 제외한 고독사 사망자 3632명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84.1%(3053명)에 달했다. 이는 여성 고독사 비율인 15.9%(579명)보다 5.3배 큰 규모다. 또 전체 고독사 사망자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중은 2022년 39.7%(1301명)에서 지난해 41.4%(1413명)로 늘었다.
정부는 고독사 대응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노 과장은 “청년층은 취업·실직 문제, 중장년층은 이혼·사별, 노년층은 만성질환과 주거 취약 문제가 나타나는 등 연령대별로 고독사 특징이 다르다”며 “내년에 고독사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면 대상자를 발굴한 뒤 연령대에 맞는 지원 정보를 연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