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국제 정세 속 한국이 취해야 할 경제안보 전략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들과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고, 여러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다원적인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또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면서 “통상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입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 후 더 강력해질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큰 도전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2024 국민미래포럼에서 ‘경제안보와 미국 대선’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유럽은 미국의 안보 전략에는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경제안보 정책에 있어서는 각자도생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는 미국의 핵심 유럽 동맹, 즉 프랑스와 독일에서 도드라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그렇게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복잡한 국제 정세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금은 단편적으로 정책 차원에서만, 공급망 재편에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순방에 대해서는 “공급망 확충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국의 대응이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그간 윤석열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온 것을 언급하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대비할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
다만 오 시장은 “핵심 산업에서 미국의 공급망 정책 그리고 수출통제 체제에 적극 동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핵심 외 산업에서는 중국과도 원만한 통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이 제가 말씀드리는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문제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라며 “트럼프의 통상 정책은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에 대해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런 산업 정책을 통해 한국의 핵심 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과도한 관세에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또 “미국은 한국에 중요한 안보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파트너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경제안보 정책에 있어서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오 시장은 “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유지되고 강화될 전망”이라며 “한국은 지금보다도 더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적극적인 경제안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