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안보 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의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고민할 국가미래위원회(가칭)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 위원회가 미래 국가 비전에 따라 국가경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국민행복을 국정지표로 삼아 신뢰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2024 국민미래포럼’ 기조강연에서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안보 질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법적 지속성이 보장되는 국가미래위원회를 설치해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고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면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거시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할 기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글로벌 경제안보 전쟁-한국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5년 단임제 정부에서 5년마다 국정 우선순위가 바뀌는 탓에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백년대계를 짜야 하는 기업은 혼란스럽다”고 부연했다. 그는 혁신경제(노무현정부), 녹색성장(이명박정부), 창조경제(박근혜정부) 등 5년마다 바뀌는 국가 경제 우선순위를 열거하면서 일관된 국가 우선순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네덜란드와 독일을 사례로 정파적 이익보다 국가 장래를 생각하는 정치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회장은 “네덜란드 빔 콕 전 총리는 노총 위원장이던 1982년 노사정 대타협의 모델이 된 바세나르 협정을 주도했고 8년간 총리로 재임하며 오늘날의 네덜란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전임 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노동·사회 개혁을 수용하며 자국을 유럽의 병자에서 엔진으로 바꿨다”며 “슈뢰더 전 총리는 정치인으로선 실패했지만 독일을 구한 국가지도자(Statesman)로서 존경받고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안보화한 상황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안보협력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한·중·일 및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아프리카·중남미 국가와 공급망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며 “안보 측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파트너 관계를 넘어 공동운명체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내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국가를 위해 국민총행복지수(GNH)를 국정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자살률 1위, 고소·고발 소송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초저출생과 지방소멸로 특유의 다이내믹도 사라지고 있다”며 “잘사는 나라에서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모든 행정에 국민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