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 이튿날인 17일 강원도 평창 배추 농가를 찾아 직접 배추를 수확했다. 현장에서 농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이 대표는 ‘농작물 수입허가권 해당 농가 부여’를 입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평창의 한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해 배추를 수확한 뒤 농민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기상이변으로 배추 등 농작물 가격이 치솟자 이에 대한 입법·정책적 해결책 마련을 위해 현장을 찾은 것이다. 이 대표는 “농작물 가격 급등 문제로 모두가 괴로운 상황”이라며 “기상이변에 대비한 중장기적 계획과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들의 입장을 듣던 중 “농업생산이 들쭉날쭉한데 정부는 가격이 폭등하면 (농작물을) 수입한다. 농민들은 이래도 저래도 손해”라며 “농가들이 수입 쿼터를 갖게 해 쿼터를 판매한 이익을 해당 농가가 갖게 하는 것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위원장에게 “농해수위에서 (법안을) 좀 준비해 달라. 당론으로 만들어서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것도 거부권을 행사하려나. 빨리 (추진)하자”고 발언했다.
이 대표가 선거 이후 바로 강원도 배추밭을 찾은 것은 민생을 챙기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층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민생과 실용 중심의 정책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섰을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재보궐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내세워 부산 금정 등 보수 우위 지역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도 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22.07% 포인트 격차로 패배한 대목을 가장 아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정권의 의혹 규명을 위한 역할을 다하면서도 동시에 민생 악화에 대해 이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이 대안정당, 수권정당 면모를 보이는 ‘투 트랙 전략’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에도 민생·경제 관련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지난 전당대회 슬로건인 ‘국민 옆에 이재명’ 문구처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민생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던 것처럼 재계 목소리를 듣는 행보도 늘릴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 민심을 받들어 정권의 퇴행을 막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