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는 폭스뉴스, 트럼프는 여성·라틴계… 적진에 뛰어들다

입력 2024-10-18 01:06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워싱턴크로싱에서 유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플로리다주 도럴에서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 주최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친트럼프’ 방송사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민 정책 등 자신의 약점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 세례를 받았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세가 약한 여성 및 라틴계 유권자와 대화에 나섰다.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두 후보 모두 ‘적진’에 뛰어들어 약점 만회에 나선 것이다.

해리스는 폭스뉴스의 브렛 베이어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 질문받자 “임기 첫날부터 이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우선순위라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이민 문제를 정쟁에 악용했다고 지적하며 “미국 국민은 이 문제로 정치적 게임을 하지 않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앵커가 공격적 질문을 이어가며 답변 중간에 말을 수차례 끊자 “당신이 제기한 질문에 답변을 마치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신경전도 벌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강조했다. 해리스는 “분명히 말하지만 나의 대통령직은 바이든의 대통령직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인생 경험과 직업적 경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올 것”이라며 “나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주춤한 해리스가 공화당 지지자들이 애청하는 방송과 인터뷰하며 적진에서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뷰는 이민, 이란 위협, 바이든과의 관계 등 공화당이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서 해리스가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 여과 없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는 앞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내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벅스 카운티에서 유세를 진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라틴계 유권자들과 대화를 가졌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 도럴에서 진행된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의 타운홀 행사 녹화에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주민들이 이웃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나는 단지 보도된 것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그곳에 가볼 것이며 살펴볼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에게 완전한 보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해서도 “수십만 명이 워싱턴에 왔다. 나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선거 때문에 왔다”며 “그들은 선거가 조작됐다고 생각했고 일부는 의사당에 갔다. 나는 ‘평화적으로, 애국적으로’라고만 말했다.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중 실수를 묻는 말에는 “다시는 쓰지 않을 사람을 임명한 것”이라고 답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자신에게 등을 돌린 이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경쟁자 해리스의 장점을 묻는 말에는 “생존 능력”이라며 “그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선 후보가 됐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여성 유권자 공략에도 나섰다. 그는 이날 공개된 폭스뉴스의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자신을 “IVF(체외인공수정)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은 우리를 공격하려 했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더 IVF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저조한 여성 지지율을 만회하려고 난임 부부 지원을 강조한 것이다. 조지아주 커밍에서 녹화된 타운홀 미팅은 여성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여론조사 혼전 양상은 계속됐다. 마리스트가 지난 8~10일 전국 유권자 1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3.9% 포인트) 해리스는 52%, 트럼프는 4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폭스뉴스 조사에선 트럼프가 50%, 해리스는 48%를 얻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