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옹호 진보 교육감 체제에 교계 우려

입력 2024-10-18 03:02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재의결을 환영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폐지전국네트워크 제공

16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정근식 후보가 당선되자 교계에선 우려와 기대가 엇갈렸다. 정 당선인이 친동성애 성향 논란을 빚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옹호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예고되고 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4월 논란 끝에 서울시의회에서 폐지됐다.

다만 기독사학 자율성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당선인의 공약을 감안할 때 해법 모색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정 당선인은 지난 10년간 서울교육 수장 자리를 지켜온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에 이은 진보성향의 교육감으로 평가된다. 남은 임기인 2년간 조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정 당선인은 학생인권조례와 관련, 학생의 책무성 부분을 보완하면서 야권에서 추진 중인 학생인권법 제정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서울교육 수장의 이 같은 성향은 교계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생인권조례 시행 후 지난 10여년간 열매가 좋지 않았다”면서 “차별금지법 독소조항이 인권조례에 포함됐고 이로 인해 잘못된 성오염 교육이 이뤄져 학원 내 성폭력이 11.3배 증가했다. 학원 내 성적 윤리가 얼마만큼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고 말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와 교권추락의 현실도 지적됐다. 이 대표는 “서울시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다”면서 “교권이 추락하면서 교사들의 제대로 된 지도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는 다음세대를 심각하게 경도시키고 아이들을 훼손시킨다. 시대를 역행하는 (조례안을) 더 이상 고집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계는 학생인권조례 존치 및 법제화 움직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육진경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공동대표는 “유사한 조례 및 법안을 밀어붙이면 그야말로 불통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조례 폐지를 뒤집는 행태가 있다면 좌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독사학 현안에 대해서는 조율의 여지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독교 사립학교 연합체인 사학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 함승수 사무총장은 “정 당선인이 후보시절 사립학교 현안을 논의할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면서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이념을 떠나 사립학교 임용권한 확대와 건학이념 구현 등을 위해 (사학미션이) 의제를 제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식 유경진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