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지난 7월 국내 사모투자 분야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원칙을 평가 기준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에선 ESG 원칙 적용 여부를 비중 있게 평가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의 특성상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선정 이후 위탁운용사의 운용 기간이 장기간 이어지는 만큼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연금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7월 MBK파트너스 등 4곳을 국내 사모투자 분야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ESG 원칙을 평가 기준에 포함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부문에서는 ESG를 평가 항목에 포함하고 있지만 대체투자 부문에선 자산의 특성상 평가 항목으로 구성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장실사를 통해 파악된 후보 운용사 관련 이슈에 대해 구술 평가를 하고 있어 ESG 관련 사항 등 다방면에 걸친 검토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은 다만 세부 항목과 답변 사항 등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ESG 부분을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은 2022년 국정감사 시기를 비롯해 수차례 제기됐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공단은 대체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평가 기준에 ‘ESG 관련 정책’을 1, 2차 평가 모두에 포함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ESG 원칙 적용 여부는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강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받은 회답서에 따르면 일본 공적연금(GPIF)은 ‘위탁운용사 선정 및 운용 평가’에서 ‘운용 프로세스에 펀드 특성에 맞는 ESG 통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가’ ‘스튜어드십 책임에 관한 대처에서 위탁운용사가 ESG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결권 행사를 이행하고 있는가’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도 주식과 채권 사모펀드 등 개별 자산군의 특성이 반영된 ‘지속가능한 투자 실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ESG 통합 전략 적용을 명문화하고 있다.
강 의원은 “지속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연기금을 맡기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윤리적 투자를 추구하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국민연금 역시 대체투자 분야에 ESG 원칙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선정 시 정성 평가 내용에 대한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 관행과 관련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정 절차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의록 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구술 심사 시 위탁운용사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상세한 질문과 이에 대한 응답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