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이 시대의 정탐꾼들에게 고함

입력 2024-10-19 00:38

기독교인이라면 잘 아는 이야기다. 애굽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을 앞에 두고 정탐꾼을 보낸다. 땅이 얼마나 좋은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물리치기 쉬운지 등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지파에서 12명을 뽑아 가나안 땅에 들여보냈다.

12명은 40일간 가나안 땅을 돌아다닌 후 복귀했다. 그런데 보고 내용이 서로 달랐다. 한 정탐꾼은 “젖과 꿀이 흐르는 좋은 땅이다. 하지만 거기 사는 이들은 강하고 성은 견고하고 크다”고 했다. 가나안 땅이 좋긴 하지만 정복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정탐꾼 갈렙은 “바로 가서 싸우면 그 땅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걱정하지 마라, 충분히 정복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정탐꾼 대부분은 부정적이었다. “올라가 봐야 이길 수 없다.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다. 모든 백성이 키가 크고 덩치가 엄청나다. 우리가 우리를 보니 메뚜기 같다. 그들도 우리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정탐꾼 12명 중 10명이 이렇게 말하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크게 동요했다. 그때까지 하나님의 많은 이적을 직접 봐왔기 때문에 가나안 땅도 쉽게 정복할 것이라고 믿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백성들은 절망하고 이제 죽게 됐다고 소리를 높여 부르짖었다. 밤새 통곡했다. 그러면서 악담을 쏟아냈다. “우리가 애굽 땅에서 죽었으면 좋았을걸. 광야에서 죽었으면 좋았을걸. 하나님은 왜 우리를 가나안까지 데려와 칼에 죽게 하려는 모르겠다.” “우리가 죽으면 처자식도 죽거나 험한 꼴을 당할 텐데, 차라리 애굽으로 돌아가자. 지휘관을 새로 뽑아 애굽으로 돌아가자.”

백성들은 당시 리더인 모세와 아론을 크게 원망했다. 돌로 쳐 죽일 기세였다. 두 리더는 그런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무릎을 꿇었고 이를 보다 못한 두 정탐꾼 갈렙과 여호수아는 옷을 찢으면서 “우리가 본 땅은 정말 아름다운 땅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시고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실 것”이라고 외쳤다.

정탐꾼 12명은 같은 지역을 다녀왔다. 따라서 같은 것을 봤을 것이다. ‘팩트 체크’를 해보면 가나안 땅은 정말 좋은 땅이고 그곳에 사는 이들은 진짜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했다. 긍정적으로 보고한 2명도 그것을 봤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이 계신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하나님이 그들과 늘 함께 계셨고 한 번도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를 근거해 쉽게 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두 정탐꾼은 살고, 다른 10명은 재앙으로 죽었다. 또 이 10명의 보고에 흥분해 하나님을 원망한 백성들도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자손들만 가나안 땅을 밟았다. 물론 정탐꾼 10명만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보고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았고 하나님을 멸시하게 했다. 정탐꾼의 보고는 그만큼 중요했다.

이 시대는 한국교회의 오피니언 리더가 정탐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국교회를 걱정한다면서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교회가 위기다, 교회가 서구처럼 클럽으로 변할 것이다, 주일학교가 무너지고 다음세대가 없다, 전도가 안 된다, 한국교회 신뢰도와 호감도가 낮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확증이라도 하려는 듯 설문조사도 한다. 자기 말을 확인하려니 질문이 부정적인 결과를 유도한다. 그리고 나온 결과를 놓고 당장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하나님은 한국교회 편이시다. 우리를 끝까지 책임지신다. 우리를 잘되게 하신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가나안 땅을 하나님께서 주실 것이다. 한국교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를 확신하고 그 가나안 땅을 기대하고 소망하고 말로 선포해야 한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나님은 “내 삶을 두고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라며 그 말대로 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