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정근식 후보가 당선됐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정 후보가 당선되면서 10년간 유지됐던 진보 교육감 시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조 전 교육감이 당선된 세 차례 선거에 이어 이번 보선에서도 보수 진영은 모두 단일화에 실패해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16일 오후 11시 기준(개표율 48.64%) 정 당선인은 득표율 52.12%를 얻었다. 2위인 조전혁 후보(44.18%)를 7.94%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윤호상 후보의 득표율은 3.68%에 그쳤다. 정 당선인은 개표 초반부터 보수 성향의 조 후보와 10% 안팎의 격차를 유지하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련된 정 당선인의 개표 상황실에는 초반부터 선거 승리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 당선인은 당선이 확실시되자 “모두의 염원인 진보적 혁신교육 계승의 사명을 이뤄냈다”며 “중도 보수를 내세운 극단적 이념 공세에 맞서 우리 교육의 터전을 지켜낸 상식의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 당선인은 “한강 작가의 작품처럼 치열한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야말로 서울의 미래를 밝힐 열쇠”라며 “이러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창의력과 협력, 그리고 자율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1957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남대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제주 4·3평화재단 이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역임했고, 문재인정부 시절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선거 기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당선인과 조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낮은 투표율이 막판 변수로 꼽혔지만 단일화에 실패한 조 후보가 정 당선인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보수 진영에선 끝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해 조 후보와 윤 후보가 득표율을 나눠 가졌다.
정 당선인은 선거 기간 현 집권세력을 ‘뉴라이트’와 ‘친일’로 규정하며 윤석열정부 때리기로 선명성을 강조했다. 정 당선인은 17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선증을 받은 뒤 서울시교육청에서 취임식을 치른 뒤 곧바로 공식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임기는 불법 행위로 물러난 조 전 교육감의 본래 임기였던 2026년 6월 30일까지로 약 1년 8개월 남아있다.
진보 성향의 정 당선인이 서울 교육의 수장에 오르면서 조 전 교육감이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당선인은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기초 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학습진단치유센터’ 설치와 ‘서울교육 양극화 지수’ 개발을 공약했다. 그는 선거 기간 “조 전 교육감의 교육 철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