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0·16 재보궐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던 부산 금정을 지켜내며 한숨을 돌렸다. 한동훈 대표 체제로 치른 첫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후보를 꺾으며 일단 위기를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내에서는 한 대표가 재보선 성적표를 기반으로 당분간 당정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정면돌파하는 승부수를 띄운 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다음 주 초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한 한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대표는 선거운동 시작 전만 해도 후보 공천을 각 시도당에 위임하면서 ‘조용한 선거’ 기조를 유지했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불과한 데다가 여당의 수성이 필요한 금정과 인천 강화 모두 보수 강세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겨도 본전, 지면 쪽박’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금정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김경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결과도 이어졌다.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에는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폭로하는 대형 악재까지 터졌다.
친한계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김 여사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영향도 컸다고 본다. 한 대표는 선거 기간 금정을 6차례나 찾으며 총력전을 펼쳤고, 선거 일주일 전부터는 김 여사 공개활동 자제를 말한 데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검찰 수사에 대해 “국민의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언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남동 라인’으로 불리는 김 여사 주변 인사들의 인적 쇄신도 요구했다.
7·23 전당대회로 출범한 한동훈 체제가 이번 재보선 금정구청장, 강화군수 승리를 계기로 비로소 안착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당 장악력을 본격적으로 키우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교두보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한 대표 소신이 결국 민심과 통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라며 “당정 쇄신의 저울추가 한 대표에게 넘어왔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민심이 선거로 확인된 것”이라며 “대통령실도 이제는 한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김 여사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재보선 이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만큼 ‘컨벤션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한 대표는 야권이 더욱 거센 공세를 펼칠 김건희·채상병 특검 등 정권의 명운을 건 싸움터에서 이제부터 진검승부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