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깜깜이 선거 계속해야 하나

입력 2024-10-17 00:47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본투표일인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제7투표소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역대급 ‘깜깜이 선거’로 치러졌다. 평일에 치러진 데다 정당명이나 기호 없이 진행되는 교육감 선거 특성상 유권자를 투표소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표율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유권자뿐 아니라 선거에 나선 후보들까지 현재 교육감 선거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본투표 마감 결과, 전체 선거인 수 832만1972명 중 195만3832명이 참여해 투표율 23.5%로 집계됐다. 이날 함께 진행된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이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만 놓고 봐도 15.4%에 그쳤던 2008년 선거 이후 가장 낮았다.

서울 자치구 25곳 중에서는 ‘강남 3구’ 투표율이 높았다. 서초구(27.7%), 종로구(26.2%), 강남구(25.3%), 송파구(25.2%) 등 순이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은 투표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오후 3시 광진구 자양1동 제3투표소에 투표하러 온 인원은 1시간 동안 20명이 채 안 됐다. 대부분 50, 60대 중장년층이었다. 선거사무원 최문규(62)씨는 “직장에 다니는 젊은 사람들은 출근 전 이른 아침에 투표소에 들렀는데 그마저도 매우 적었다”고 말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모(31)씨는 “자녀가 없어서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이 딱히 와닿지 않는다”며 “퇴근하고 집에 가면 투표가 끝날 시간이어서 물리적으로 투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정모(42)씨는 “교육감 선거는 중립성을 위해 정당·기호 표기를 안 한다지만 막상 공약을 들여다보면 정치색이 짙다”며 “지금은 유권자가 관심을 갖고 공약집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정보를 얻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후보들도 선출 방식 문제를 언급했다. 조전혁 후보는 지난 10일 정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교육감 직선제는 위선적인 선거”라며 “정치로부터 중립은 말도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장 임명 방식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호상 후보는 “지금 교육감 선거는 조직 없고 돈 없으면 나서기 힘든 시스템”이라며 “(시민들의 무관심과 관련해서는) 개인 홍보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홍보도 필요하다”고 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교육감 선거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유권자가 적다 보니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교육감 선거 투표가 유의미해지려면 교육을 잘 아는 사람들이 투표하는 제한적 주민직선제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윤예솔 최원준 한웅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