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도이치 의혹’ 檢 레드팀 회의… 이르면 오늘 처분

입력 2024-10-17 01:14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 처분을 앞두고 ‘레드팀 회의’를 소집했다. 검찰은 수사팀 소속이 아닌 다른 검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르면 17일 처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각도로 수사 결과를 검토하겠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같은 청 소속 검사들 의견을 듣는 것이라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16일 오후 1시50분부터 4시간 동안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관한 레드팀 회의를 열었다. 레드팀 회의란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수사팀이 아닌 다른 검사들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수사팀인 반부패수사2부를 지휘하는 4차장검사를 제외한 1~3차장검사와 금융·증권 범죄 사건에 전문성이 있는 부장 및 평검사 등 15명이 레드팀으로 참여했다.

회의는 수사팀이 사건 개요와 증거관계 및 처분 방향을 설명한 후 레드팀 역할 검사들의 질의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등에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소집 필요성도 제기됐으나 검찰은 수심위 소집이 법리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수심위가 열리려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요청으로 심우정 검찰총장이 소집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어 수심위 소집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이 수심위 논의를 참고해 결론을 내리라는 것도 일종의 수사지휘”라고 설명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결과만 보고하라’고 했다.

또 검찰은 증권범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수심위 위원들이 한 차례 회의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건 어렵다고 봤다.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 의혹 사건을 심의한 수심위가 수사팀 결론과 배치되는 불기소 권고를 내놓자 전문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가조작 사건처럼 전문 영역을 수심위가 논의하는 게 적절한지 여러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회의 의견 등을 종합해 이 지검장 승인 아래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수사팀은 김 여사를 불기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인식하지 못해 공모뿐 아니라 방조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김 여사의 투자 경위와 주가조작 일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방조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어 불기소 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처분에 앞서 요식 행위로 레드팀 회의를 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