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이튿날인 16일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11개국이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을 감시하는 새로운 감시체제를 발족했다. 러시아 거부권 행사로 해체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자구책이다. 한·미·일 외교차관은 북한의 ‘한국 무인기 평양침투’ 주장과 남북 연결도로 폭파 등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공동으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Multilateral Sanction Monitoring Team) 출범을 발표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주한 대사도 동석했다. 이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뜻을 함께한다”는 성명문을 냈다.
김 차관은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해킹을 통한 자금 탈취, 해상 불법 환적 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MSMT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충실한 이행에 대한 참여국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SMT는 2009년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만들어졌다가 지난 4월 러시아 거부권으로 무력화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역할을 대체한다. 대북제재 위반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대북제재에 공감하는 우방국끼리 뭉친 만큼 종전보다 제재 이행 체계를 더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다만 유엔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공신력이 떨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MSMT에서 제외된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도 변수다. 이와 관련해 캠벨 부장관은 “예전에는 러시아 등의 반대 탓에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젠 더 적극적으로 북한의 도발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며 “대북제재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합돼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도 곧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외교차관은 MSMT 출범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의 의도적 긴장 조성 행위를 강력 규탄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북한 도발에 대해 견고한 한·미 연합태세를 유지하면서 한·미·일 긴밀 공조 아래 안보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말했다. 캠벨 부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단히 놀랐다”며 “동시에 한국의 이에 대한 대응이 굉장히 신중하고 꾸준하고 균형 잡혔음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