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통해 코스닥 도전 후 글로벌 소싱 계획”

입력 2024-10-18 00:45
김기봉 미트박스글로벌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 본사 1층 라운지에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뢰가 바탕이 된 비즈니스는 굉장한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현구 기자

축산업자가 정육점, 식당과 직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온라인 업체가 있다. 바로 ‘미트박스글로벌’이다. 복잡한 유통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미트박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주문하면 익일배송으로 제품이 도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에야 당일배송, 익일배송이 흔한 서비스가 됐지만 10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2014년 미트박스글로벌은 익일배송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축산 유통의 복잡한 과정을 대폭 줄여 마진을 높이고, 10년의 업력을 바탕으로 쌓인 가격 데이터로 파트너사들에 합리적인 판매가, 판매 시점을 제시한다. 2022년부터 흑자 전환한 미트박스글로벌은 연속 2년 흑자를 유지했고,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김기봉 미트박스글로벌 대표는 1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10년 동안 파트너사와 쌓은 신뢰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신뢰가 바탕이 된 비즈니스는 굉장한 일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트박스글로벌은 다소 낯선 사업모델이다. 간단히 설명해준다면?

“전통적인 축산물 유통시장에 IT기술을 접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엄선한 판매자들을 입점시킨 뒤 식당과 정육점 등 소비자가 미트박스글로벌을 통해 축산물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축산물을 비롯해 농수산물도 그렇고 유통 과정 자체가 복잡하고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고 있지 않나. 내가 정말 제 가격에 괜찮은 물건을 사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것이 미트박스글로벌이다.”

-현재 몇 개의 업체들과 계약하고 있나.

“물건을 공급하는 파트너 고객사는 210개 회사가 활동하고 있다. 현재 톱 4사 회사가 매출 3조를 올리고 있다.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파트너 고객사로는 65%가 식당이고 20~25%가 정육점 그리고 기타 고객들이 있다.”

-미트박스글로벌이 코스닥상장에 도전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확보에 있었다고 본다. 2014년 설립 이후 매해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그리고 2022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즉 비즈니스 모델의 안전성과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라고 본다. 또 축산물 유통의 간소화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자부한다.”

-축산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미트박스글로벌의 등장이 위협으로 느껴졌을 것 같은데.

“그 문제의식에서 사업이 시작됐다. 축산은 상당히 오래된 산업이고 유통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생산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축을 해야 하고, 해체·발골을 위한 전문적 기업이 필요하고, 열에 약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보관도 중요하고, 소비자에게 가기 전까지 ‘콜드체인(저온유통)’이 완벽히 연결돼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폐쇄성이 심하다. 이를 깨뜨리는 게 목표였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이를 위협으로 여기긴 했다. 실제 대기업이 우리를 벤치마킹해 같은 사업에 뛰어든 적도 있다.”

-대기업이 뛰어들었지만 미트박스글로벌은 살아남고 대기업은 실패한 이유는 뭔가.

“미트박스글로벌은 10년간 익일배송을 지역과의 거리와 관계없이 ‘원프라이스’로 차등 없이 판매했다. 재구매율이 83%이고, 충성고객이 52% 정도를 차지한다. 신뢰를 얻는다는 건 마음을 얻는 일이고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앞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없다. 이러한 사업 아이디어를 얻게 된 배경은.

“제가 혼자 창의적인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여기지 않는다. 시대정신이 만들었다고 느낀다. 미트박스글로벌을 만든 2014년도에는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한 애플리케이션들이 쏟아졌다. 올드비즈니스를 재해석해내는 경향들이 2014년~2016년에 있었다. 당시 LG유통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저로서는 단백질 공급원으로써 고기, 나아가 축산물이라는 아이템이 매력 있다고 봤고 이를 IT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축산물을 미래 사업의 아이템으로 본 시각이 흥미롭다.

“7대 곡물, 5대 채소, 6대 과일, 3개 육류 중 계속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육류뿐이다. 단백질 소비는 소득의 증가와 비례한다. 현 세대는 과거 세대보다 단백질 소비에 진심이고 식생활이 고기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미트박스글로벌이 진입해있는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는 축산업의 온라인 침투율은 의류·가전·외식·식음에 비해 거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잠재력이 많은 시장이다.”

-코스닥 상장 이후 미트박스글로벌의 청사진이 궁금하다.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를 가져보려 한다. 지금도 B2B에 진심이지만 해외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프랜차이즈를 고객사로 유치하는 등 외형을 확장해 나가고 싶다. 상장 이후에는 글로벌 소싱에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다. 육류 시장 중 가장 큰 시장이 미국이지 않나. 직접 소싱을 위한 전초 기지를 미국에서 다지길 원하고 있다. 또 ‘MIT(미트박스 인사이트 테크놀로지)’를 최근 오픈했다. 10년의 업력을 바탕으로 한 시세 등 데이터를 좀 더 효과적으로 고객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업데이트했다. 이런 플랫폼을 해외에도 수출하는 게 목표다. 파트너사와 소비자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넘어 데이터 플랫폼 제공, 투자 유입 등 일종의 ‘에코시스템(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