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용이 아닌 주거용도로 불법 사용될 여지가 있는 약 11만실의 기존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 요건과 숙박업 신고 문턱이 대폭 낮아진다. 이행강제금 부과도 올해 말에서 내년 9월까지 다시 유예한다. 아직 건축 허가를 받지 않은 신규 생숙은 향후 개별실 단위 분양이 금지된다.
국토교통부는 16일 보건복지부 소방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이러한 내용의 ‘생활형숙박시설 합법 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일명 ‘레지던스’라고도 불리는 생숙은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 개념이 합쳐진 주택으로, 외국인 관광객 장기체류 수요에 대응해 2012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집값 상승이 본격화한 2017년 이후 수요가 급증해 상당수가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됐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이후엔 아파트 대체 투자상품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주택 수에 산정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 빠지고, 청약통장 없이도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전국 생숙은 현재 18만8000실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생숙은 아직 공사중이거나 숙박업으로 신고를 하지 않은 곳들이다. 국토부는 이들 약 11만2000실에 달하는 생숙이 주거용으로 불법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기존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춘다. 특히 오피스텔 용도 변경 시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복도 폭과 주차장 규제가 완화된다. 오피스텔 복도 폭 기준(1.8m)을 충족하지 못해도 각종 화재안전성능을 인정받았으면 용도변경이 허용된다. 또 주차장은 일정거리(직선거리 300m 또는 도보거리 600m) 이내에 외부 주차장을 설치하면 된다.
숙박업 신고 기준도 낮춘다. 지금까지는 30실 이상 소유하는 등의 기준이 적용됐다. 앞으로는 지자체별로 지역 여건에 맞춰 조례를 개정하면 이보다 낮은 호수실로 바꾸는 등 문턱이 낮아진다.
동시에 신규 생숙의 개별 분양은 제한된다. 개인이 1실, 2실 등 개별 호실별로 분양받는 게 불가능해진다. 30실 이상 또는 1개 층 전부 등에 대해 숙박업 신고를 할 경우에만 분양이 허용된다.
이날 발표된 대책을 위해선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 내년 9월까지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도 유예된다. 생숙 합법화에 의지를 보이는 업자에겐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를 추가로 유예한다.
그간 생숙 규제완화에 미온적이던 정부는 ‘민생 안정’을 이번 대책의 이유로 설명했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생숙 소유자분들 중 상당수가 실수요 목적으로 한 채만 가지고 있는 사회 계층의 서민분들인데 일단 그분들의 주거 안정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이 이미 용도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마친 이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장 정책관은 “오피스텔 전환을 하려면 주차장 기준 등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여전히 돈이 많이 들어 특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