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무상교육 추진 문제를 놓고 여야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양측 모두 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똑같다. 그러나 재추진을 해야 하는 원인을 놓고 ‘현수막 전쟁’이 발발했고, 결국 고발까지 이어졌다. 무상교육을 지속하기 위한 실질적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법령의 일몰(법의 효력이 끝남)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건데 마치 정부가 삭감하는 거로 오인하도록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고교 무상교육 예산 삭감론을 제기했던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관련 현수막을 지역구에 게재한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고교 무상교육 예산삭감 주장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진 의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내년 정부 예산안에 고교 무상교육 지원을 위한 예산이 52억6700만원으로 편성돼 지난해(9438억원) 대비 0.6%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느라 고교 무상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서울시당 차원에서 시내 곳곳에 ‘윤석열정부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99% 삭감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공세를 시작했다.
국민의힘도 곧장 ‘중단 없는 고교 무상교육’을 부각하는 현수막으로 맞대응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 삭감 주장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적인 거짓말 선동’이라고 비판하고, 시당 차원에서 ‘맞불 현수막’을 걸도록 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고교 무상교육 예산이 대폭 축소 편성된 건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특례 규정이 올해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해당 특례 규정은 2019년 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마련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초·중등교육법도 함께 개정해 ‘사립학교를 제외한 고등학교에서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용 도서구입비 등은 국가 및 지자체가 부담한다’는 고교 무상교육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초·중등교육법을 근거로 정부의 무상교육 재정 지원이 내년에 종료되더라도 고교 무상교육은 계속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고교 무상교육 이슈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쟁점으로도 부상했다. 하지만 보수 측 조전혁 후보와 진보 측 정근식 후보 모두 여야 입장과 같이 무상교육 추진을 공약했다.
여야 모두 정쟁에만 몰두해 당장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의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지 논의는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부터 무상교육 비용의 52.5%에 해당하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끊기면 교육청 차원에서만 무상교육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법을 개정해 정부의 재정 지원을 연장할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