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려도 웃지 못하는 서민 ‘대출이자 더 나가네…’

입력 2024-10-17 01:11 수정 2024-10-17 01:11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되레 상승해 대출이 필요한 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가산금리 인상에 더해 그간 하락세였던 신규 취급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마저 넉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해 대출금리 ‘역주행’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금융 당국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정책자금 대출도 조이기에 들어가는 등 대출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는 기존 4.71~6.11%에서 4.75~6.15%로 상·하단 각각 0.04% 포인트씩 상향 조정됐다. 우리은행은 5.31~6.51에서 5.34~6.54%로 올랐다.

은행이 하나둘 변동금리 조정에 나선 건 변동금리 준거 금리가 되는 코픽스가 9월 들어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기 때문이다. 전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0%로 전월(3.36%)과 비교해 0.04% 포인트 상승했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였다.


코픽스 금리가 상승으로 돌아선 건 9월 예금금리가 소폭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픽스는 시중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및 은행채 등 수신 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시점 예금금리가 고점일 것이란 판단에 예금으로 자금이 몰렸고, 이 같은 수요에 따라 은행에서 경쟁적으로 예금을 모집하면서 수신금리가 올랐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예대율 규제를 맞추기 위해 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미 은행들이 가산금리 추가 인상 등의 조치로 대출금리를 높여 놓은 상황에서 코픽스 등 시장금리 상승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 상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만 떨어져도’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3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재 그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상황에서 지금은 (금리가) 오히려 오르는 추세”라며 “당국이 가계부채 위험에 따른 추가 조치도 고려 중이어서 대출금리가 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국은 이날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정책자금 대출인 디딤돌 대출도 조이기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전날부터 디딤돌 대출 금액을 산정할 때 소액 임차보증금 공제를 필수로 적용하기로 했다. 후취담보로 진행되는 신규 아파트 디딤돌 대출은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 다른 시중은행도 21일부터 같은 내용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소액 임차보증금 공제는 기존에도 있는 제도이지만 보증기관에서 모기지 신용보증(MCG) 등을 받아오면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칙대로 보증과 관계없이 공제를 적용하면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후취담보 대출은 준공 전 아파트처럼 담보를 잡기 어려울 때 은행이 돈부터 먼저 빌려준 뒤 주택이 완공돼 소유권 설정이 되면 담보로 바꿔주는 대출이다. 신규 입주를 앞둔 주택계약자에 직격탄이다.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는 한 예비 차주는 “연말 잔금 납부를 앞두고 11월 초쯤 디딤돌 대출을 받을 계획을 세웠다. 은행에서 갑자기 안 된다고 해서 막막하다”고 했다.

황인호 구정하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