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따로 노는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 요지부동

입력 2024-10-17 01:18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섰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엔 변동이 없다. 시장 금리 하락에도 고금리를 유지해 안정적 수익을 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29개 증권사 중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 이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변경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은 금리 인하 시점과 같다. BNK투자증권은 2022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한 차례도 금리를 변동하지 않았다. 현재 기준으로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를 논의하고 있는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융자는 개인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 이자율의 경우 8~9%로 높아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현재와 달리 이자율 선정에 일정한 기준이 없던 과거에는 증권사들이 과도하게 수익을 얻기 위해 두 자릿수대 이자율을 설정하면서 ‘이자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3월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 개정에 나섰다. 규준 개정으로 신용융자 이자율 변동 기준은 직전 3개월 평균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로 통일됐다. 증권사의 조달 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은 CD금리로 통일시켜 CD금리가 일정 폭(25bp) 이상 변동할 때마다 신용융자 이자율에 대한 변경 심사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자율 의무 변경심사 기준이 월간으로 정해져 있어 기준금리 인하에도 증권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정에 이자율 심사 기준이 명확하게 나와 있는데, 기준금리가 인하됐다고 해서 선제적으로 이자율을 내린다는 건 마케팅의 영역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은행과 달리 수신 업무를 하지 못하는 증권사로선 자금 조달에 들어간 비용 등을 고려해야 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신용융자 이자율 변동 시점 간 시차가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