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눈앞 캄캄’… CATL·BYD에 밀리고 CALB에 쫓기고

입력 2024-10-17 00:04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3위 배터리 기업 CALB가 치고 나오면서 가뜩이나 중국에 치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CATL와 BYD가 세계 배터리 시장 선두권을 공고히하는 와중에 CALB를 비롯한 중국 신흥 강자들의 매서운 추격까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한국 정부도 중국과 일본처럼 적극적인 기업 지원사격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한다.

16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10위 안에 있는 6개 중국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5.1%에 달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3사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3.4% 포인트 하락한 21.1%에 그쳤다.


1, 2위 CATL과 BYD는 3위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LG엔솔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12.1%로 지난해 동기(14.4%) 대비 2.3%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CATL은 지난해보다 1.6% 포인트 증가한 37.1%를 기록했고, BYD도 0.5% 포인트 늘어난 16.4%의 점유율을 찍었다.

중국 신흥 강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올해 전체 배터리 사용량 증가율은 21.7%였는데 CALB(24.5%), EVE(39.4%), 신왕다(60.0%) 등은 시장 전체의 증가율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2.5%, SK온 8.0%, 삼성SDI는 9.2% 사용량 성장에 그쳤다.

특히 CALB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CALB는 이번 조사에서 4.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022년 7위, 지난해 6위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CALB는 올해 7위에 자리한 삼성SDI(점유율 4.2%)를 지난해 넘어섰고, 4위 SK온(4.8%)과 사실상 동률을 기록 중이다.

CALB는 국유기업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쓰는 미사일·전투기 제조사 AVIC의 자회사와 중국 장쑤성 지방정부가 함께 설립했다. 공산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광저우자동차, 지리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내수시장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바깥으로도 진격 중이다. 유럽·남미 수출용 볼보 자동차에 배터리 공급하는 등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1~8월 비중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380.0%에 달하는 사용량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계 1위 CATL조차 불안한 눈으로 CALB를 바라본다. CATL은 2021년 CALB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 8월 패소가 확정되자, 행정소송을 통해 추가적으로 다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배터리 패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한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중국 일본 정부는 지난해 CATL과 도요타에 각각 8억10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 8억5000만 달러(1조16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한 보조금은 전무했다.

황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