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술 뺏으면 개발비까지 배상

입력 2024-10-17 02:12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스타트업 혁신 기술 보호를 강화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한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기술 개발 비용까지 손해액으로 인정해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중기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스타트업 혁신 기술 보호·구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 탈취를 이유로 행정조사·조정을 신청한 스타트업은 전년 대비 167% 급증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약한 협상력과 법 제도의 미비 등 문제로 인해 기술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중기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기술 탈취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제재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중기부는 우선 시정권고에 그쳤던 행정조치 수준을 시정명령으로 강화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형벌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형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수준으로 높일 예정이다. 특히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등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금전적 제재 수단 도입도 검토한다.

또 현재 기술이 양도되거나 판매돼 실제 발생한 피해만 배상액으로 인정하던 손해액 산정 방식을 개선해 시장에 제품이 출시되지 않은 신기술에 대한 기술 개발비도 손해액으로 인정해 무임승차를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투자 협상·교섭 등 계약 이전 단계에서 발생한 기술탈취 행위에 대해서도 최대 5배의 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계획이다.

기존에 스타트업이 보유한 내부 핵심기술을 보호받으려면 별도의 비밀관리 노력이 필요했지만 중기부는 스타트업의 부족한 자금 상황 등을 고려해 비밀관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구제를 위해 필요한 기술 요건은 비밀관리성과 비공지성, 경제성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다.

현재 수·위탁거래 관계에서만 의무인 비밀유지계약(NDA)을 협상·교섭과 같은 모든 양자 관계에서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사각지대 없이 보호하고 손해액을 현실화해 기술의 중요성과 그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