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3주년이었던 1948년 8월 15일. 지금의 광화문 자리에 있던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청사)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정부 수립기념식에서 단상에 오른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축사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서 대한민국과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하시길 축복합니다.”
당시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던 맥아더의 축사 장면이 흑백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사진이 찍히기 2개월 전쯤인 5월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헌국회 개회식장. 당시 임시의장이었던 이승만 박사가 의사봉 앞에 서 있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대한역사문화원장인 김재동 목사는 “이승만 박사가 이 자리에서 ‘하나님께 기도로 시작하자’고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16일 찾은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 본당 3층 로비는 마치 작은 역사전시관 같았다. ‘하나님이 쓰신 사람들과 그 날들’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 사진전에는 700여장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구한말 선교사들의 활동 모습부터 1974년 엑스플로74 대회까지 약 100년간의 선교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는 사진전은 연세중앙교회가 주최하고 대한역사문화원(김재동 목사)이 기획했다.
사진전 해설사로 나선 김 목사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기록을 넘어 한국교회사의 관점에서 조망했다”면서 “독립운동과 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이룩한 한국교회의 부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 부흥의 이면에 드러난 초창기 외국 선교사들의 사역과 열매가 돋보였다.
평양에서 여성 맹아들을 위해 사역했던 로제타 홀 선교사가 우리나라 최초로 점자를 가르쳤던 시각장애인 오봉래가 손가락으로 점자를 더듬는 모습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백정 출신 의사 박서양이 에비슨 선교사의 교육을 받으며 함께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하는 장면도 대한민국 의료선교 역사의 한 장면으로 와닿았다.
김 목사는 “구한말 조선은 철저한 신분제로 자유가 없고 가난과 무지 등으로 얼룩진 흑암의 땅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기독교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의 빛으로 비춰주셨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전쟁 중 낙동강 전선에서 예배드리는 미군들의 모습과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헤롤드 보켈 선교사의 설교 장면도 시선을 붙잡았다. 이 같은 선교사들의 열정적인 사역은 약 20년 만에 한국교회 부흥의 장면을 연출했다. 1973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연인원 440만명이 참가한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사진과 이듬해 같은 장소에서 665만 명 넘게 모인 ‘엑스플로74 대회’ 모습 등이다. 이들 집회는 한국교회 부흥의 상징으로 꼽힌다.
대한역사문화원은 국가기록원,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YWCA, 셔우드홀기념관,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여러 기관의 협조를 얻어 5개월 가까이 전시를 준비했다.
윤석전 목사는 “구한말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된 한국교회사와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역사적 전시회”라며 “특히 젊은 세대가 이번 전시를 통해 대한민국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전을 관람한 송예지(20)씨는 “짧은 순간조차도 하나님을 의지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또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