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국가론·北 육로 폭파 여파… “통일선교 길 끊기나” 우려 커져

입력 2024-10-17 03:00
16일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 경의선 도로에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다. 아래쪽 사진은 전날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폭파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교류의 상징인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면서 남북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교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통일선교 사역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복음화를 위한 소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국내외 탈북민 사역 등을 통해 남북통일의 가교로 세워나가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먹구름 짙어지는 통일선교

현 정부 들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남북관계 속에서 터져 나온 ‘두 국가론’은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사역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9·19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말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했다.

통일소망선교회 대표이자 탈북민 출신인 이빌립 목사는 이에 대해 “수십년간 평화통일을 외쳤던 사람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면서 목회자와 성도들이 혼란스러워했다”며 “북한선교는 정세에 좌지우지되지 않아야 한다. 한반도의 영토적 통일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땅을 영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010년 이래 통일선교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수봉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사무총장은 16일 “천안함 사건 직후 나온 5·24조치로 대북 공식·비공식 채널이 모두 닫힌 이래 통일선교는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최근 남북의 군사적 대립 격화와 두 국가론은 통일선교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남북 갈등의 원인을 깊이 들여다보면 한국교계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북한 당국의 불신도 자리잡고 있다. 앞에서는 인도적 지원과 평화를 내세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체제 붕괴를 획책하고 있는 상황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실제로 일부 교계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인 만큼 북한 당국은 문을 더 걸어 잠그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 가교’ 탈북민 정착 도우미로

암울한 상황이지만 통일선교 사역의 활로를 위한 청사진도 있다. 한지만 숭실평화통일연구원 공동연구원은 “대북사역을 위해 무리하게 문을 열려고 하기보단 내실을 다지는 게 필요하다”며 “그동안 통일선교와 관련한 국내외 사역자들 간 네트워크도 손상됐기 때문에 이를 복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일의 가교’인 국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실질적인 사역을 펼쳐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탈북민은 약 3만4000명이며, 이 가운데 10% 정도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고백한다.

15일 서울 남서울은혜교회(박완철 목사)에서는 통일선교를 펼치는 현장 사역자들의 모임인 통일선교사역교회연합(통사연) 회원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사역자들은 탈북민 교육 및 유관 시설인 하나원과 하나재단 등을 통해 탈북민들의 현실적 문제 해결을 돕는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탈북민들의 3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의료·취업·교육 부문에서 ‘탈북민 정착도우미’로 활동하는 사례도 공유됐다.

한국순교자의소리(VOMK·대표 현숙 폴리)의 경우 매년 4만권 넘는 성경을 육로와 해로, 항공로를 통해 북한에 전하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또 매일 4개의 단파 라디오 프로그램을 북한에 송출하며 북한 사람을 대상으로 양육 훈련을 한다. 최근에는 북한 지하교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 ‘믿음의 세대들’을 한국교회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북한 지하교인 3세대인 배씨 부부의 간증을 바탕으로 한다.

VOMK 최고경영자(CEO) 에릭 폴리 목사는 “복음에 적대적인 북한에서 지하교인들이 어떻게 믿음을 지키고 전하는지 알리기 위해 책을 펴냈다”며 “오늘날 교회와 사역 단체들이 북한에 복음을 전파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경진 최경식 김아영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