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은 머니머신… 방위비 100억 달러 내게 할 것”

입력 2024-10-17 01:1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 유세 중 춤을 추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이 재임하고 있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13조6100억원)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 달러는 최근 한국과 미국이 타결한 2026년 방위비분담금(1조5192억원)의 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열린 블룸버그통신 존 미클스웨이트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기꺼이 연간 100억 달러를 지불할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말했다. 머니 머신은 수익을 많이 내는 많은 국가나 사업을 뜻한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방위비분담금 협상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그곳에 4만명(실제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의 군대가 주둔해 있다. 나는 ‘당신(한국)들은 부자 나라가 됐다. 당신들이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안 된다. 우리는 돈을 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로 한 번도 돈을 내지 않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에 50억 달러의 분담금을 요구했고 한국이 난감해하자 일단 20억 달러를 내게 하고, 이후에 다시 50억 달러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돈을 주기로 한 거래가 끊겨버렸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날부터 대면 사전투표가 시작된 조지아주 디케이터의 한 투표소 앞에 주민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트럼프의 방위비 관련 언급에 대해 한국 정부는 최근 한·미의 분담금 합의가 합리적인 결과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가정적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려고 한다”면서도 “이달 초 한·미 양국은 건설적인 협의를 통해 상호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노력해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협정을 연내 발효시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 정치 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날 대담에서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이 지금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여러 나라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도 “북한이 막 철로(실제로는 도로)를 폭파했다. 이것은 나쁜 소식”이라며 “오직 트럼프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저명한 미국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을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 퇴임 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대담에서 진행자가 이 주장의 진위를 묻자 트럼프는 “답하지 않겠다”면서 “그렇게 했다면 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푸틴과의 통화 여부를 거듭 물었으나 트럼프는 즉답을 피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박민지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