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위비 9배 더 받아내겠다는 트럼프, 외교 노력 시급하다

입력 2024-10-17 00:31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를 현재보다 9배 정도 더 많이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3주가 채 안 남은 대선을 맞아 표심에 호소하는 과장된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의 백중우세가 많으나 경합주의 경우 트럼프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도 있다.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트럼프 리스크가 한층 더 커진 건 분명하다. 트럼프의 한국 관련 공약은 그래서 우리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한 대담 자리에서 “내가 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30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미가 최근 합의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1조5192억원)의 9배에 달하며 트럼프 재임시 미측이 요구한 액수(50억 달러)의 두 배다. 비용 대폭 인상 논리에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 “전쟁에서 한국을 구하고, 계속 보호했지만 아무것도 받아내지 못했다”는 무임승차론만 반복할 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윈윈으로 끝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깨고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수시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한 사이를 강조해 집권 후 북·미 직접 협상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 맞바꾸기 등이 현실화하면 한·미 동맹과 대한민국 안보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다.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는 등 연일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그의 언행이 오판 여지를 줄 것 같아 걱정이다.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정부는 “누가 집권하든 한·미 동맹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만 하는데 트럼프측의 자국우선주의 성향을 고려하면 다소 안이하다.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의 한반도 정세 인식을 바꾸게 할 외교력 강화가 시급하다. 미 경제 및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한국의 목소리에 미 정치권이 경청하도록 하는 네트워크 구축도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