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자연이 풍성한 색깔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계절이다. 이 시기에 피는 꽃들은 각기 다른 색상과 형태로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봄꽃과 다른 은은한 향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요즘 메밀꽃, 코스모스, 백일홍 등이 가을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그 꽃을 만나러 충북 청주로 떠나보자.
가을날 청주시에서 빼놓지 말고 찾아봐야 할 꽃이 메밀꽃이다. 10월이면 하얀 메밀꽃이 산허리를 가득 메우는 ‘산속 눈꽃 정원’이 낭성면 추정리 메밀밭이다. 추정리 된내기골의 메밀밭은 청주시의 ‘경관보전직불제’ 사업으로 조성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40여 년 간 토종벌 사육을 해 온 ‘토종벌 명인’ 김대립씨가 990㎡당 조성비 17만원을 지원받아 벌들을 위한 밀원(蜜源)으로 메밀밭을 가꿨다. 봄에 유채를 심은 땅에 가장 더운 8월에 뿌린 씨앗에서 9월 하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 절정을 이룬다.
3만㎡ 규모의 이 메밀밭은 예능,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영상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메밀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풍경이 소개된 뒤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20대 젊은층들의 ‘인증샷’ 명소가 됐다. 매년 축제에 1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메밀밭을 가기 위해선 입구에 주차하고 15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입구에 이르면 하얀 물결이 일렁인다. 안개꽃으로 둘러싼 꽃다발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꽃 밭이다.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표현 그대로다. 팝콘이 천지에 널린 것 같기도 하고, 눈이 내린 것 같기도 하다. 하얀 꽃은 주변의 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꽃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오르면 오두막이 쉼터를 제공한다. 카페 겸 쉼터인 이곳 오두막에서 방문객들은 목을 축이고 숨을 돌린다. 벌들은 메밀꽃밭에서 꿀을 따고 사람들은 가을 추억을 만들며 힐링한다.
가을꽃의 대명사 코스모스는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앞과 롤러스케이트장 옆 무심천 수변에서 만난다. 이곳도 봄에는 유채꽃이 있었다. 코스모스 꽃밭은 2만7709㎡ 규모로 조성돼 있다. 액자형 포토존과 관람로를 갖췄다. 만개한 황화코스모스가 일렁인다. 장마가 끝난 지난 8월 초 코스모스를 파종했는데 올해 이상 고온으로 코스모스가 2주가량 조기 개화해 황금빛 물결을 이루며 ‘넘치는 야성미’라는 꽃말처럼 존재감을 뿜고 있다.
보랏빛 향연은 흥덕구 문암생태공원에서 즐길 수 있다. 지난 6월 튤립으로 가득했던 문암생태공원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문암생태공원 내 부지 6000㎡에 심은 버베나가 만개했다. 버베나는 보랏빛을 띠는 작은 꽃들이 무리지어 피는 꽃으로 6월부터 9월까지 피는 다년초 식물이다. 우리말로는 줄기의 생김새가 말의 채찍을 닮았다고 해서 ‘버들 마편초’다. 꽃말은 ‘가족의 화합, 단합’ ‘당신의 소원이 이뤄지길’이다.
바로 옆에는 백일홍도 화려한 가을을 알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백일홍은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로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을 지닌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노란색, 자주색,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암생태공원 입구 ‘플라워 가든’ 조형물 옆에는 꽃폭포와 메주석을 활용한 화단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페튜니아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청주의 명소 ‘정북동 토성’ 인근에 있는 한 카페도 인기다. 핑크뮬리가 만개해서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다. 햇빛이 나면 연한 핑크색, 햇빛이 없을 땐 보라색 느낌이 난다. 꽃밭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관람로도 마련돼 있다. 핑크뮬리에 파묻힌 모습을 찍을 수 있다.
야외에는 유리온실과 오두막이 있다. 4면이 유리로 된 유리 온실의 경우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두막은 에어컨을 갖추고 있어 일행끼리 이용하기 좋다. 내부에서 밖으로 내다보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예약제가 아니라 주문 순으로 자리가 배정된다. 오두막 이용은 대기가 있을 경우 시간 제한이 있다.
여행메모
추정리 메밀밭 벌꿀 젤라또 인기
19~20일 디저트·베이커리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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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리 메밀밭은 추정리 339-2번지 일원이다. 추정1리 마을회관을 찾아가면 메밀밭 이정표가 있어 찾아가기 쉽다. 지난해까지 무료였으나 올해부터 5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2000원은 농산물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마을장터나 메밀밭 안 매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벌꿀이 들어간 젤라또가 인기다. 무료 주차장이 있지만 이맘때 특히 주말에 차를 가지고 올라갔다가 애를 먹을 수 있다. 메밀밭 입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한낮에는 햇볕이 따가울 수 있어 모자나 양산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다. 무심천 꽃정원과 문암생태공원은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다.
오는 19∼2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화제조창 잔디광장 일원에서 ‘2024 디저트·베이커리 페스타’가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디저트 전문 제과점, 휴게음식점 47곳이 참여한다.
청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