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한국군부 깡패들이”… 北, 평양 방공망 뚫리자 펄쩍

입력 2024-10-16 00:12 수정 2024-10-16 00:1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국방 및 안전 분야에 관한 협의회를 소집해 ‘무인기 평양 침범 사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무인기 평양 침범’ 사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위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는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전단을 살포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추후 공격용 무기로 전환될 경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담화를 통해 “우리는 한국군부 깡패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상공을 침범하는 적대적 주권침해 도발 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도발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포착했다는 무인기는 고정익 중형급으로, 전단 묶음을 매달고 평양까지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무인기가 최소 150㎞를 날아간 것으로 본다. 북한 방공망을 피해 평양 상공까지 도달했다는 점에서 북측 긴장감이 높아진 것이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은 ‘평양이 뚫렸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군은 어떻게든 자신들을 지키고 김정은을 호위하기 위해 방공망을 사수하고 침투를 대비해야 하는데 그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흔드는 행위들이 바로 코앞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참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특히 무인기 공격에 대한 방어가 취약하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전날 소집한 국방안전협의회에서 국방상의 군사기술장비 현대화 계획과 당군수공업 담당 비서의 무장장비 생산 실적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북한이 향후 무인기 현대화와 무인기 요격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에 전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이 무인기 침범 사태를 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정당성을 부여할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무인기 침범 사태를 강하게 규탄하며 부각하는 것은 ‘한국은 적대국이다.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남북 관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메시지를 북한 주민이나 엘리트층에 발신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러시아가 북한의 ‘한국 무인기 평양 침입’ 주장에 동조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 외무부가 사실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두둔하며 북한에 대한 주권 침해 및 내정 간섭을 운운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과거 북한의 소행임이 확인된 수차례의 대남 무인기 도발 시에는 러 측이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설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