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에 사는 강미애(57)씨는 선천적 시각장애가 있다. 3일에 한 권씩 책을 읽을 만큼 독서를 좋아하는 강씨는 점자책을 선호한다. 하지만 대부분 ‘오디오 북’으로 독서를 한다. 점자도서는 새 책이 나오기까지 3개월 넘게 걸리는 데다 물량도 부족한 탓이다. 강씨는 15일 “점자책을 읽으려면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점자도서관까지 가야 하는데 이동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선포한 ‘흰 지팡이의 날’(10월 15일)이 올해로 45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국내 시각장애인 230만명은 독서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 대신 손으로 읽을 수 있는 점자도서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도서를 선호한다. ‘2022 장애인 독서 활동 실태조사’에서 심층 인터뷰한 시각장애인 18명은 오디오 북보다 점자 도서를 이용하는 게 학습에 더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특히 집중력 면에서 차이가 난다고 한다. 강씨는 “종이로 된 점자책은 읽으면서 인상 깊은 구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지만, 오디오 북은 원하는 부분으로 한 번에 돌려 다시 듣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시의 경우 단어를 음미하고 싶은데 오디오 북으로 들으면 몇 초 만에 시가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서 시장에서 점자도서가 생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점자책은 주로 점자도서관의 지원금으로 제작된다. 전문 점역사가 일반 문자를 번역하고 교정해야 한 권이 완성된다. 이 때문에 제작에 3개월 이상 걸린다.
또 점자도서관은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상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로, 지방이양사업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점자도서관 운영예산은 지방자치단체와 외부 후원금에 의존해야 하는데 운영 예산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월 문을 닫은 노원구의 서울점자도서관 감사보고서를 보면 서울시가 서울점자도서관에 준 보조금은 2020년 7410만원에서 2022년 4627만원으로 37%가량 줄었다.
점자도서를 구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은 대형 출판사가 펴내는 전자책(e-book)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자책의 음성지원 시스템을 활용해 손으로 읽는 대신 귀로 듣는 식으로 책을 접하는 것이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총장은 “시각장애인 지원 사업 대부분은 지자체들이 자체 기금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더 많은 점자도서를 제작·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