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경영권 분쟁으로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해 회계심사에 착수했다.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점이 발견되면 감리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해 회계심사에 착수한다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투자주식 손상이나 충당부채 등 최근 두 기업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자료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에서 얘기하고 있는 여러 사항이 회계 처리 기준과 맞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감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계심사는 기존에 공시된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바탕으로 특이사항을 확인하는 절차로 일종의 사전적 조사 성격이 짙다. 통상 3~4개월이 걸리는데 공시된 자료에 대한 확인과 추가자료 요구, 소명 등의 형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감리조사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제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영풍 측의 고려아연 장악 시도 혹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금감원은 과열되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양측의 공개매수 기간에 이례적으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고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임원회의에서 상대 측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을 가진 불공정행위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전날 마감된 공개매수에서 지분 5.34%를 추가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지분 총 38.47%로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경영권을 수성해야 하는 최 회장 측 지분율 33.99%보다 앞선 상태다. 다만 공개매수가 끝나자 이날 영풍정밀의 주가는 8% 넘게 하락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3.03% 오른 81만70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83만1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로 최 회장 측은 바빠졌다. 최 회장 측 우군인 베이캐피털이 공개매수로 확보할 수 있는 의결권 있는 최대 목표 지분 2.5%를 모두 더해도 지분율이 36.49%로 영풍·MBK 연합에 뒤지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이미 취득한 자사주 중 일부를 의결권을 가진 지분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