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폭파한 경의선·동해선은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남북 화해의 상징물이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금강산 관광 지역 내 우리 측 자산 철거에 이어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까지 끊어버리면서 남북은 완전한 물리적 단절 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경의선은 서울에서 신의주를 연결하며 개성공단을 지나가는 철로다. 동해선은 동해북부선으로도 알려진 철로로 양양에서 금강산을 거쳐 원산을 잇는다. 경의선은 1906년, 동해선은 1937년 개통됐다.
분단으로 끊겼던 경의선과 동해선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구간 재연결 합의가 되면서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경의선 철도는 2003년 착공 후 그해 말 완공됐고, 한때 매주 화물열차가 오가기도 했다. 동해선 철도는 2005년 고성 제진부터 금강산역 구간이 연결됐지만 강릉에서 제진 구간은 미연결 상태다. 경의선·동해선은 2009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북한의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사업이 멈췄다. 2018년 문재인정부 때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합의한 후 착공식을 진행했지만 운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경의선·동해선 단절 작업을 벌여 왔다. 지난 9일에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남측 국경 차단과 요새화를 공식화했다. 이날 폭파로 인해 남북 간 육로로 연결된 곳은 화살머리고지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만 남았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이번 폭파는 남북 관계 단절을 의미했던 연락사무소 폭파, 금강산 시설 철거 등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AP통신은 경의선·동해선을 ‘남북 화해 시대가 남긴 흔적’이라고 언급하며 “이번 폭파는 북한이 남한과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1억3290만 달러(약 1800억원) 규모의 현물 차관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연결 자재와 장비를 북한에 지원했다. 북한은 10년 거치 후 20년간 분할 상환해야 하며 이자율은 연 1%다. 북한은 차관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도로와 철로를 마음대로 폭파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 측에 상환 의무를 재확인시키고, 기한을 넘기면 법적 조치도 검토할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차관 계약서상 북한의 상환 의무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의 합의 불이행과 차관 목적에 위반되는 행동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