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단순한 자조 섞인 농담이 아님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현황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상장 ETF 총자산 159조4347억원 가운데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한 ETF는 106조879억원으로 5년 전 47조9834억원에서 2.2배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자산을 기반으로 한 ETF는 3조7289억 원에서 53조3468억원으로 14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만 해외 자산 ETF는 61개가 늘었으나, 국내 자산 ETF는 3분의 1에 불과한 20개 증가에 그쳤다. 특히 순자금 유입 상위 1~10위는 모두 해외 자산 ETF가 차지하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금융시장, 특히 미국과 신흥국 증시에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처럼 해외 자산 투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더 심화되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추진하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하지만 해외로 떠난 투자자들을 다시 국내 시장으로 유인할 만한 매력적인 대책이 포함돼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무엇보다도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주주 가치를 높이는 노력은 표면적인 성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사의 주주 중시 의무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조차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주 친화적인 경영 문화를 정착시킬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공매도 문제 역시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실망하게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고, 내년 3월부터 전산 시스템을 통해 불법 공매도를 전수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정부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외국인 기관과 개인 투자자 간의 불균형을 줄이는 동시에,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