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이른바 ‘한남동 라인’에 대한 정리를 요구한 것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10·16 재보궐 선거에 미칠 영향을 두고도 양측이 정반대의 인식을 드러내면서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권 진영 간 책임론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대표는 15일 부산에서 기자들에게 김 여사 관련 질문을 받자 “국민 보시기에 안 좋은 일들이 반복해서 생기고 있다”며 “제가 이미 말씀드린 그런 조치들을 신속히, 그리고 반드시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공개활동 제한 및 한남동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을 재차 요구한 것이다.
한 대표와 가까운 김종혁 최고위원도 CBS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사람으로 분류되는 대통령실 모 비서관이 공기업 사장으로 가는 데 반대했지만 무시됐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한남동 라인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재보선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 질문에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70%를 넘어서고 있는데 그 당에서 ‘그래도 당대표가 앞장서서 이걸 개선하자고 하는구나’ 하는 모습이 중도, 보수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답했다. 친한계는 야권이 재보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는 만큼 심판론의 핵심인 ‘김 여사 리스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윤계는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 등을 통해 해소해야 할 문제를 공론화해 일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야당이나 장삼이사들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집권여당 대표가 (재보선) 투표일을 앞두고 (한남동 라인을) 거론하면 지지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계파색이 옅은 부산·경남 지역 한 의원도 “보수가 분열되면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며 “구청장 선거는 중앙 정치 이슈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인데 한 대표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을 다음 주로 예정한 것을 두고도 친한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17일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할 것이란 관측을 언급하면서 “만약 대통령실이 김 여사를 불기소해 놓고 한 대표를 만나려고 일정을 짰다면 독대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부산=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