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해리스, 뒤쫓는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대첩’

입력 2024-10-16 01:06
EPA, AFP연합뉴스

미국 민주·공화당 대선 후보가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에 나란히 출격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은 대권 도전 이후 10번째,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대통령은 지난주에 이어 다시 펜실베이니아를 찾았다. 경합주 7곳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걸린 이곳에서 서로를 질타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해리스는 1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이리카운티 유세에서 ‘대선 당일 급진좌파의 소요가 있으면 주 방위군이나 군을 동원해야 할 수도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겨냥해 “그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거나 자기 뜻에 굽히지 않는 사람을 국가의 적으로 여긴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가 군을 동원해 누구를 표적으로 삼으려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가 싫어하는 기사를 쓴 언론인, 그를 위한 부정행위를 거부하는 선거관리인, 그의 뜻에 굽히지 않고 법을 따르겠다고 고집하는 판사”라고 열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미국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는 점점 불안정해지고 통제불능 상태가 되고 있다. 그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는 전날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선 당일 미국 내 분위기를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 “나는 더 큰 문제가 외부에서 유입돼 우리나라를 파괴한 사람들이 아니라 내부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주 방위군 혹은 군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는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외곽 오크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유권자 대화)에서 경제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는 “우리에게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또는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액체 금’(석유)이 있다. 취임 첫날 시추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며 “내년 1월부터 1년간 전국의 에너지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제시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셰일가스 원산지 중 하나다. 트럼프는 셰일가스 ‘프래킹’(수압파쇄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 취임 첫날 국경을 폐쇄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국경을 매우 엄격하게 닫을 것”이라며 “(불법 이민자가) 학교·병원 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 5만명인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3만2000명이 추가됐다. 우리는 그것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를 겨냥해 “우리에게는 최악의 대통령과 부통령이 있다. 그리고 부통령이 더 나쁘다”고 비난했다.

해리스는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꺾여 반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아랍계 미국인 유력단체의 외면을 받아 악재를 추가했다. 아랍계 미국인 정치행동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두 후보 모두 우리의 희망과 꿈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국내·외교 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우리는 트럼프가 국가와 시민권,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을 분열시키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일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경합주인 미시간의 경우 아랍계 유권자 비중이 높아 해리스에게는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