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경의·동해선 도로 폭파… 군사충돌로 이어지면 안 돼

입력 2024-10-16 00:30
북한이 남한 무인기의 평양 추가 침투 가능성에 대응한다며 인민군 총참모부 지시로 국경 부근 포병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한 가운데 1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해안 마을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한 데탕트(긴장완화) 시대’의 상징물인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남북 관계가 수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 사건을 놓고 남북 사이 적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우려스럽다. 자칫 우발적인 군사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위기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북한군은 오늘 정오쯤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차단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파 행위를 자행했으며,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북한이 이번엔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도 폭파해 남북 간 육로를 완전히 끊은 것이다. 합참은 대응사격을 실시한 후,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남북 분단으로 단절됐던 경의·동해선 철도, 그리고 육상 도로의 재연결은 그간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2000년대 데탕트 시대에 남북한은 무장된 군사분계선을 넘어 도로와 철도를 다시 연결했다.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한 남북 화해 시기가 남긴 흔적이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북측 구간 철도와 도로 등에 우리 정부가 지원한 현물 차관은 1억3290만달러(약 18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북한이 이 같은 상징물을 파괴하면서 남한과의 단절 의지를 분명히 했다. 퇴행적인 행태를 반복하는 북한의 모습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앞으로 북한의 도발 강도는 더 세질 수도 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이 1950년 6·25전쟁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는 미국 일부 전문가의 분석도 허투루 흘려서는 안 된다. 북한의 도로 폭파와 우리 군의 대응사격으로 비무장지대(DMZ) 안팎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안보 태세에 한 치의 빈틈도 보여서는 안 된다. 특히 DMZ 요새화 공사 도중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에 완벽하게 대비해야 한다. 안정적인 상황 관리 노력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