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칭찬과 조언 새겨들어야

입력 2024-10-16 00:31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오른쪽 아래), 사이먼 존슨(왼쪽 아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14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 14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한국경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이들은 국가 간 부의 차이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는데 국가 성패는 지리적·역사적 조건이 아닌 제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특히 사유재산과 공정경쟁을 인정하는 포용적 제도가 번영의 열쇠라고 봤고 대표 사례로 한국을 꼽았다.

아제모을루·로빈슨 교수는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남한과 북한의 모습을 통해 제도의 차이가 어떻게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남한은 포용적 제도로 발전을 거듭했지만, 독재와 권위주의라는 ‘착취적 제도’를 도입한 북한은 번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책은 윤석열 대통령이 ‘인생 책’으로 꼽는 등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존슨 교수도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가난과 독재, 민주화를 거친 쉽지 않은 여정 속에서 한국 경제는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고 말했다. 1960년대 초만 해도 북한이 남한보다 잘 살았지만 현재 남북한 1인당 소득 격차는 30배, 대외 무역액 격차는 892배로 이젠 비교가 무의미하다. 외환위기를 겪었으나 산업화와 민주화의 조화가 낳은 역동성과 다양성은 중국 시장과 IT·모바일 시대를 선점하며 또 다른 도약을 이뤄냈다. 폐쇄적 독재 체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성과다.

다만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에 직면해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기술에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고령화에 따른 성장 동력 약화는 잠재성장률 하락, 재정 악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신기술에 대응이 느려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놓치고 있다. 존슨 교수는 전 세계적 극단주의, 가짜 정보가 판치는 반민주주의 시대를 걱정하는데 한국만큼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극단주의의 폐해가 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한국의 장점과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있게 한 포용, 혁신의 정신을 다시 살리고 내일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포용과 가장 거리가 먼 정치권의 각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칭찬과 조언에 모두 귀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