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의사결정 왜곡 주장 부적절”… 침묵 깬 용산, 역공

입력 2024-10-16 00:18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인적 쇄신 요구와 맞물려 제기된 ‘김건희 여사 라인’ 의혹과 관련해 “(지목된 이들이) 대통령실의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했다는 사례가 있느냐”며 “있지도 않은 왜곡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처신을 둘러싼 비판이 윤석열정부의 불투명한 국정 운영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강경하게 반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그간 김 여사의 사과 및 공개 행보 자제, 도이치모터스 사건 ‘국민 눈높이’ 처분 등 주장이 나왔을 때는 반응을 자제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적 쇄신이 요구된다면 그 대상이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잘못의 사례가 어떤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대상으로 지칭되는 직원들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직권남용 행위를 했다거나, 부적절한 정치 행위를 통해 대통령실의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시켰다는 사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와 가까운 관계로 지목된 대통령실 전현직 관계자들의 명단이 이른바 ‘한남동 라인’ 등의 이름으로 회자되는 실정이지만, 이는 구체적 근거가 부족한 일방적 주장이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이 관계자는 “김대남 전 행정관의 이야기 등 ‘카더라 통신’에 의존해 압박, 공격하듯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있지 않은 왜곡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직무를 벗어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 여사의 측근 그룹이 있다는 의혹이 이러한 요구의 바탕을 이룬다. 김 여사를 둘러싼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대통령실 쇄신 요구의 한 근거다. 다만 여권에서도 이러한 ‘라인’ 구성원의 면면을 실명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권한을 남용한 구체적 비위 행위까지 지적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 여사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용산 참모는 있을 수 있겠으나, 이를 곧 대통령실 의사결정 구조를 비트는 ‘비선’이라 칭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대통령실은 본다. 대통령실은 전날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뿐”이라며 모든 일은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점점 많은 이들이 지목된 결과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이들도 ‘여사 라인’으로 묶였다는 말이 나온다.

‘여사 라인’ 비판은 김 여사가 얽힌 여러 대화·녹취의 공개, ‘사법 리스크’와 함께 계속되고 있다. 김 여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이 민심과 거리가 있는 태도를 고수한 결과로 ‘여사 라인’ 의혹이 제기됐다는 해석도 있다. 대통령실도 이런 여론에 대해 “모르지 않는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담에서는 김 여사의 일정을 공적으로 관리할 제2부속실의 출범,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필요성 등이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분이 현명하신 분이니 잘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