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서로 다른 제도가 경제격차 10배 이상 벌렸다”

입력 2024-10-16 00:12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오른쪽 아래), 사이먼 존슨(왼쪽 아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14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한국의 경제 발전을 “바람직한 제도로 이뤄낸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한목소리로 평가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확정한 뒤 MIT 주최로 진행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북한은 분단되기 전까지 대등했지만 서로 다른 제도에서 시간이 흘러 경제 격차를 10배 이상으로 벌렸다”며 “남북한은 제도의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 “매우 어려운 민주화 과정을 거쳤지만 성장 속도를 높였고 방식에서도 건강했다”고 평가했다.

존슨 교수는 자신의 한국계 아내를 언급한 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난하게 시작했고 매우 권위주의적인 국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가 성장하고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다”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훨씬 좋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 “다른 국가들보다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 사람들에게 지향하도록 제시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 경제 앞에 놓인 과제로 높은 대기업 의존도와 빠른 고령화를 지목했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이에 따른 혜택과 비용이 모두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를 겪는 국가들은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새로운 사고와 기술 개방성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은 경쟁으로 도전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두 교수는 국가별 제도가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두 교수는 북한에 대해 “소수가 이익을 누리는 체제”라고 비판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북한에 큰 희망을 두지 않는다. 통제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좋고 사회 전반에 나쁜 제도가 있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북한 체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은 억압을 받고, 체제는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언젠가 더 민주적인 체제에서 한국과 통일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는 “북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북한은 극소수에게만 유리한 체제를 만들었고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다”며 “핵무기와 로켓 발사 능력을 확보한 북한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