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레바논 기독교 마을 공습

입력 2024-10-16 03:04
레바논 북부 기독교 마을인 아이투 지역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로 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무고한 기독교 공동체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14일(현지시간) 북부 마을인 아이투를 공습해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BBC는 이번 공습을 받은 지역은 이스라엘군이 그간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삼았던 수도 베이루트나 동남부 지역과 거리가 멀며 주로 현지 기독교인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남부 티레에 있는 한 교회도 공습으로 무너졌다. 선교단체인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은 최근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멜카이트 가톨릭교회에서 최소 8명이 사망했다고 지난 12일 전했다. 당시 교회에는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난 난민들이 머물고 있었다. 교회 관계자는 ACN에 “기독교인뿐 아니라 무슬림도 함께 지냈고 특히 무슬림들이 기독교적 연대에 크게 감동했다”며 피해 교회를 위한 기도와 후원을 부탁했다.

레바논은 기독교 인구 비율로 치면 중동 제1의 기독교 국가다. 오스만제국 시절엔 기독교 인구가 절대다수였다. 그러나 1차세계대전 이후 내란을 겪으며 기독교인이 크게 빠져나갔다. 현지에서 10년간 활동한 박정대 선교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80%에 달하던 레바논 기독교 인구는 현재 3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서 무슬림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며 “기독교 마을은 곳곳에 분포돼 있기에 앞으로도 그 피해는 늘어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레바논을 비롯한 중동 국가의 기독교 공동체는 핍박 속에서도 부흥하고 있다”며 세계 교회의 선교적 동참과 관심을 촉구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