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서점은 다정한 곳이에요

입력 2024-10-19 00:31 수정 2024-10-19 00:31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은 말하자면 원도심이다. 하지만 평촌신도시가 생기며 주변부로 밀려났다. ‘뜻밖의 여행’의 이은형 대표는 호계동 토박이. 이곳이 변두리 취급을 당하는 일이 아쉬웠다. 그러던 중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오래된 이층집을 대수선해 지역에 밀착한 책방을 시작했다.

종종 책방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불안은 인간의 조건이지만, 서점인의 두려움은 이유가 있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이래 지금은 서점을 하기 가장 어려운 때다. 온라인 서점 등장에 이어 전자책 구독 서비스, 2025년부터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변화의 파고가 높다. 앞날을 점칠 재주야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책방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대체로 비슷하다.

물론 모든 서점이 살아남지는 못할 테다. 그러나 지역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갖춘 책방에게 미래는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정가의 10% 이내 할인과 5% 마일리지 적립을 허용한다. 하나 대개 동네책방은 이익률이 낮아 할인 판매를 할 수 없다. 반면 온라인서점은 할인을 하니 결국 도서의 이중가격제가 시행되는 셈이다. 독자가 더 싸게 살 수 있는 온라인서점을 두고 동네책방에 간다면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동네를 사랑하며 지역민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다.

‘뜻밖의 여행’은 독자와의 커뮤니티가 돈독하다. 예컨대 한 달에 한 번 하는 북토크 행사도 남다르다. 저자와 만나는 일이야 전국의 모든 책방에서 진행하지만, ‘뜻밖의 여행’은 동네잔치처럼 떠들썩하다. 저자를 맞이하는 오프닝 영상을 준비하고, 특별한 초대권를 만들고 강의가 끝나면 연주와 노래도 이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유지되던 뒤풀이도 한다. 저자와 편집자 그리고 책방의 단골이 모여 마시고 먹으며 수다를 떤다. 수줍은 사람들이 점처럼 모여드는 책방에서 말이다.

책방의 커뮤니티에 정답은 없다. 우리 식으로 말해 사랑방 역할을 하면 된다. 지역을 기반으로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 그 속에서 다양한 커뮤니티가 피어난다. 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YOU & ME BOOKS’는 미국 뉴욕에서 문을 연 최초의 아시아 전문 책방이다. 서점 이웃에 장례식장, 만둣가게, 세탁소가 모여 있는 차이나타운에 있다.

이런 곳에 책방이 가능할까 싶지만, 예술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여든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문학의 중심지 노릇을 한다. 팬데믹 기간에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가 일어나자 책방 대표인 루시 유는 안전경보기와 후추 스프레이 용기를 서점에서 배포했다. 동네책방이 안전한 피난처로 자리매김한 사례다. 미래에도 여전히 독자가 찾고 우리 곁에 존재할 책방은 ‘그냥 서점이 아니라 다정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한미화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