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12> 사라

입력 2024-10-15 03:07

갈대아 우르에서 하란으로
다시 하란에서 가나안으로
여인의 발자국은 사내의 등 뒤에 찍혔다
애굽의 수치와 치욕의 밤을 견디며 흘렸던 눈물은
사막의 차가운 별이 되어 떴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이 되게 할 수 있었던 그녀
그 푸른 침묵과 그리움의 향기
웃고 울다 애원하고 울부짖다
이삭을 낳게 될 거라는 신탁 앞에
장막 문 뒤에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흘린 웃음
그 불신의 웃음까지도 사랑으로 덮어서
열국의 어미가 되고
민족의 열왕이 나오게 하신
불멸의 사랑과 은총의 서사여
신성한 별들의 모태여.

소강석 시인·새에덴교회 목사

사라는 아브라함의 아내, 곧 ‘아브람이 아브라함이 되게 한’ 아내다. 90세까지 자식이 없었으나 하나님은 사라가 ‘많은 민족의 어미’가 될 것을 약속했다. 사라의 불임은 아브라함에게 준 하나님의 언약, 아브라함이 강대한 나라를 세우도록 하겠다는 말씀과 긴장 관계에 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시인은 아브라함과 그 ‘등 뒤’를 따르는 사라의 삶이 곤고(困苦)할 수밖에 없음을 술회한다. 하나님의 계획은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으로서는 미리 알기 어렵다. 오직 하나님의 사랑이 답이다. 시인은 사라가 보인 ‘불신의 웃음’까지도 사랑으로 덮어서 ‘열국의 어미’요 ‘민족의 열왕’이 나오게 했다고 표현했다. 그 시어(詩語)는 ‘불멸의 사랑과 은총의 서사’이며 ‘신성한 별들의 모태’다.

- 해설 : 김종회 교수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